[Cover Story] 부국은 '민주·기업가정신'…빈국은 '폐쇄·정치불안'
부(富)는 경제성장의 결과물이다. 경제를 잘 발전시키는 나라가 결국 부자 국가인 셈이다. 경제발전의 요소는 무수히 많다. 정치적 안정, 풍부한 천연자원, 뛰어난 인적자원, 잘 정비된 제도, 기업가 정신, 통치자의 리더십은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대표적 요소들이다. 부자 나라가 부자인 이유는 이런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이고,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이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탓이다. 천연자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경제발전 요소는 가변적이다. 가난한 국가는 영원히 가난한 국가로 남아야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제발전 초석은 정치 민주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려면 몇 박스 분량의 현금을 들고 가야 했다. 엄청난 짐바브웨 달러를 연일 찍어내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빵 한조각 사려면 박스에 돈을 담아가야할 정도였다. 달러 한개에 1000억달러, 연간 물가상승률이 2억%라면 상상을 초월한다. 짐바브웨 GDP를 불과 10년만에 반토막 낸 것은 정치불안이었다. 30년 넘게 장기집권 중인 로버트 무가베에 대한 불신과 정치불안이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간 것이다. 그런 짐바브웨가 무가베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이 권력분점에 합의하면서 정치가 안정 다소 안정되자 2~3년 전부터 경제도 슬슬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짐바브웨는 정치안정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유럽경제의 아킬레스건 그리스의 재정악화도 정치불안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주의는 경제의 초석이고, 경제는 민주주의의 씨앗이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경제가 번성하지만 역으로 경제가 번성해야 민주주의 뿌리가 깊어진다는 얘기다. 정치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서로 뗄레야 뗄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대표적 부국들의 정치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때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던 러시아의 위상이 초라해진 것 역시 미숙한 정치 민주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치 민주화는 효율적인 제도를 만들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활성화 시킨다.

#빈국·부국 가르는 기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이 빈약한 국가가 부국이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만큼이나 어렵다. 창의적 아이디어나 진취적 도전, 애국적인 마인드를 갖춘 기업인들이 없다면 그 나라 경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정부의 계획경제로 경제가 어는 정도 발전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가 정신이 빠진다면 그 건 밑빠진 독에 물붙는 격이다. 우리나라가 60~70년대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이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그 시절 기업가 정신이 함께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조선소를 동남아로 옮기면 채산성이 크게 높아질 텐데요” “나는 어떤 결정을 할때 나라도 함께 생각합니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기자들과 주고받은 이 대화는 기업가 정신이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기업가 정신 상위국가는 덴마크 캐나다 미국 스웨덴 뉴질랜드, 하위 국가는 우간다 필리핀 이란 과테말라 시리아 순으로 나타났다. 빈부의 수준과 기업가 정신 순위가 상당히 일치하는 것을 알수 있다. 조사 대상 70개국 중에서 한국은 20위를 차지했다. 기업가 정신은 저절로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유권 확보, 공정한 경쟁 보장, 인센티브 제공, 애국적 마인드 등이 어우러져야 기업가 정신이 함양된다.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도 크다.

#개방화로 더 가난해진다고?

20세기는 글로벌화가 속력을 낸 시기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세계화’라는 깃발을 내걸고 개발국가들에 문을 열라고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더 풍요로워졌지만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와의 간극은 오히려 넓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한 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못사는 나라 40개국의 경제력은 잘사는 나라 40개국의 5%에 불과하다.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막강한 비교우위를 갖춘 상태에서 개발도상국들에 문을 열라고 압박하는 건 공정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허약한 개발도상국들의 산업 근간을 흔들어 더욱 빈곤의 나락으로 빠트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산업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로 진화되면서 가난한 나라들이 부자 나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었다고 주장한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선진국들이 신흥국들의 기술진입을 막으려는 장벽이라고 강변한다.

일견 일리가 있어보는 이들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역사는 개방으로 망한 나라보다 흥한 나라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이 경제발전에 본격 시동이 걸린 것도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이후부터다. 고사직전의 북한 경제는 개방이 폐쇄보다 우위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부자 나라들의 책임도 크다. 가난한 나라들이 자력으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도록 기초산업 발전을 도와주고, 교육적 인프라 구축도 지원해야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 부자 나라가 부자인 이유를 토론해보자. 정치적 불안정으로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사례를 공부해보자. 기업가 정신의 의미와 경제발전에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이유를 논의해보자.

-------------------------------------------------------------------------

'몰락한 선진국' 아르헨티나가 주는 교훈은?

아르헨티나는 2차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10대 선진국으로 위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흥망의 역사에서 반면교사의 사례로 전락한 초라한 지구촌의 한 나라일 뿐이다. 또한 가난한 나라도 부자 나라도 ‘타고난 DNA’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DNA’가 결정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Cover Story] 부국은 '민주·기업가정신'…빈국은 '폐쇄·정치불안'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군사 쿠데타에 참여한 페론(사진)이 1946년 노동자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다. 그는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편 대표적 인물이다.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과 휴식, 사회보장을 약속했고 이에 필요한 돈을 국고에서 충당했다. 결국 재정이 파탄상태에 이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산 기술과 자본만을 이용하는 공업정책을 펴고, 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높였지만 결국 국내 산업 경쟁력의 악화만을 초래했다. 결국 페론은 1955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지만 1983년 총선거로 민선 정부가 들어서기 까지 정치적 혼란이 지속됐다.

2001년 12월 초부터 시작된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는 유혈 폭력사태로까지 확산됐고, 2주일 만에 세 명의 대통령이 교체되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악의 정치적 혼란을 가져왔다.

결국 2002년 1월3일에는 공식적으로 141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한때 세계 10대 선진국이 국가 부도를 낸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몰락은 미숙한 금융정책, 무분별한 외채 도입, 노동시장 경직성, 과다한 복지제도, 정치적 불안정 등이 어우러진 결과지만 경제적 강대국도 한순간에 몰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