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크린쿼터의 역설…영화관객 1000만 시대
필름을 재빨리 2006년으로 되돌려 보자~~. 영화배우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성기, 송강호, 최민식, 김혜수, 전도연, 박중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영화배우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다. “스크린쿼터 축소하면 한국영화 다 죽는다!” 그 해 정부가 영화시장 개방을 위해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스크린쿼터제)를 106일에서 73일로 줄이자 영화 종사자들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판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로부터 6년 여가 지난 현재.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오간데 없다. 어느 누구도 한국영화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죽기는커녕 ‘영화 한 편에 1000만명 관객 시대’를 자랑하고, ‘연간 관객 1억명 달성’을 기대하는 한국영화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 개방 반대를 부르짖던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시위는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그 때 그 시절’ 장면이 됐다.

‘스크린쿼터제의 역설’이다. 보호하면 살고 개방하면 죽는다던 한국 영화산업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2006년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개방으로 늘어난 외국 영화는 한국의 영화인들에게 반성과 투자, 경쟁을 촉발시켰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에 다름 아니다. 영화 평론가들은 “한국 영화가 스크린쿼터제 같은 보호막 뒤에 안주했다면 광해, 도둑들, 써니, 도가니, 국가대표, 과속스캔들, 해운대 등의 히트작이 나올 수 있는 풍토는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개방은 영화 시장을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확바꿔 놓았다. 개방시대의 소비자들은 영화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취향에 맞고 재미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개방 이후 영화 상영편수도 늘어났다. 2003년 67편, 2004년 76편, 2005년 85편이던 상영 작품 수가 2009년 119편, 2010년 141편, 2011년 151편으로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늘면서 영화 시장이 커진 것이다

영화 내용 면에서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모방한 수준에서 벗어나 한국적 스토리가 대거 등장했다. 써니, 최종별기 활, 도가니, 광해, 국가대표 등이 대표작이다. 여름과 겨울 영화시장을 싹쓸이하던 할리우드 영화의 기세도 꺾여 한국 영화가 대세가 됐다.

시장이 성장하자 대기업 투자도 유입됐다. 멀티플렉스관이 확대됐고 한국영화만 집중적으로 배급하는 전문 배급사도 생겨났다. 또 경제발전으로 확대된 주 5일제 근무와 여가확충도 영화 전성시대를 앞당겼다. 4, 5면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후 성장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을 싣는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