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불법 위장전입과 인구문제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인구 감소는 이제 단순한 문제 차원을 넘어 국가생존 차원에서 다뤄야 할 핵심과제가 됐다. 인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감소하다간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미래계획이 다시 설정해야 하는 위험에 빠진다.

최근 인구감소로 인한 위기가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법을 집행해야 될 지자체가 인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위장전입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건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여러 지자체가 인구감소에 시달려 위장전입을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하동, 진안, 양구, 괴산군은 군청 주도로 위장전입을 통해 군민 숫자를 늘렸다. 젊은층은 떠나고 새로운 인구유입이 적은 대표적인 곳들이다.

지자체가 없는 인구를 늘리려는 것은 지방교부세와 같은 국가지원금을 더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또 인구감소에 따른 행정조직 축소와 선거구 통폐합 등의 불이익을 피하려고 한 목적도 깔려 있다.

이 사건은 한국의 인구 문제를 살펴봐야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한국에서 인구 문제는 미봉책으로써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인구 증가율 추세이면 2015년 이후에는 절대인구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감소 문제와 더불어 급격한 고령화도 함께 해결해야 될 과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인구추계에 따르면 2039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 2인당 노인 1인을 부양해야만 한다.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문제 외에 과도한 도시집중화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할지라도 도시로 인구의 쏠림 현상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고 있다. 하동, 진안, 양구, 괴산군에서 공무원들 주도로 벌어진 위장전입 사건도 바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인구가 줄어든 지자체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인구가 없는 지자체에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인구 문제는 한국의 현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우려가 나왔다. 문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수많은 대책을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그 대책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거듭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보육 정책에서부터 여성의 사회적 활동 지원 강화, 이민자 수용 정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점검해야 할 분야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제2, 제3의 하동, 진안 위장전입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 국가기관까지 법을 어기는 이런 사태를 언제까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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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전주 희망장터' 그 이후…

지난 4월 싱싱한 지역농산물을 많이 공급하여 지역의 밥상을 책임지던 전주마트가 문을 닫았다. 이곳에 한 대형마트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동안 전주마트와 지역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입주하기 전부터 시장진입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대형마트의 마케팅과 대형마트에 관심을 쏟은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전주마트는 폐업하고 말았다.

전주마트는 그동안 전주 향토마트로서 지역의 농산물을 적당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문제는 전주마트가 폐업하고 난 뒤 벌어진 ‘전주 희망장터’ 사건이다. 전주 희망장터는 전주 지역 소상인들이 모여 지역상품 판매와 지역상권 부활을 위해 열렸다. 전주 희망장터는 폐업한 전주마트의 전면 주차장에서 열려 그 의미가 깊었다.

그러나 희망장터는 참패했다. 홍보는 태부족이었다. 인근 지역 주민들조차 몰랐다. 정보를 알고 희망장터를 찾았던 이한일 씨(52)는 “전주 희망장터가 열리면 싸고 싱싱한 전주 지역의 농산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망이었다”며 혀를 찼다. “희망장터 자체도 허름하고 농산물보다는 그림이나 도자기 등 잡화가 많아 왜 희망장터를 했는지 의아했을 정도였다”는 것. 전주마트를 이용하려 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전주마트 전면 주차장에는 희망장터가 열렸던 흔적만 남아 있다. 희망장터가 치우지 않은 쓰레기와 천막이 방치돼 있다. 이젠 최근 들어올 대형마트를 비난만 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쾌적하고 물건의 질이 관리되는 대형마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생기고 전주마트가 없어지게 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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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코, 팬덤, 사생팬, 빠돌이의 사회학

만약 친구가 가수, 특히 아이돌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아마 썩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아이돌 팬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빠돌이, 오타쿠’ 등의 비하를 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이돌 팬 중에 상당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당당하게 팬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숨어야만 하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활동하는 것을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라고 한다. 중학교 때 한 걸그룹의 팬이었던 사람은 수년간 그러한 시선을 직접 느낀다.

게다가 얼마 전 인기 걸그룹의 멤버 간 불화 문제, 인기그룹의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 사건 등이 터지면서 사회적으로 팬덤 문화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더욱더 따가워졌다.

하지만 팬 문화가 결코 나쁜 영향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수에게 있어 팬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감사한 존재이다. 가수들은 팬이 그들과 그들의 음악을 사랑해줄 때 커다란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또한 팬의 사랑과 지지가 있어야만 가수는 수익을 내고 음악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 측면에서 팬 문화는 사회생활을 미리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교과서적인 지식 습득을 넘어 더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팬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추구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듯이 팬활동 또한 하나의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비록 사생팬과 같은 역기능이 발생했고, 그것이 잘못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단지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더욱더 잘못되었다. 사람마다 각각의 취향이 다 다르듯이, 아이돌 가수의 팬 또한 그들의 고유한 취향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앞으로 팬 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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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과 외모 지상주의

최근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 ‘인조미 찬양녀’가 출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 같은 외모가 콤플렉스였던 그녀는 성형수술을 27번이나 한 바 있다. 이를 보고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너무 안타깝다’ ‘미래에 있을지 모를 부작용이 걱정된다’ ‘어린 친구들에게 성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봐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여전히 한국은 외모지상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왜 생긴 것일까? 우선 미디어 매체의 영향이 크다. 물론 인간이라면 예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법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을 비교하면서 웃음거리로 삼고 개그맨들은 자신의 외모를 이용한 개그를 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저절로 ‘못생기면 웃음거리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세뇌되고, 자기도 모르게 예쁜 것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에 상처받은 사람은 더욱 깊은 늪에 빠지게 된다. 외모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데 그걸로 차별받고 비하하는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 모든 악순환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외면적으로 바꾸는, 성형수술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쌍꺼풀 수술은 성형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많은 여성과 남성이 성형수술을 한다는 말이다. 인조미 찬양녀처럼 과한 것은 지양하면서 적당히 자신감을 찾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정도의 성형수술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나쁘지 않은 해결책이 아닐까.

생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