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형제, 필요악인가 사법살인인가
‘눈에는 눈’ vs ‘원수를 사랑하라’.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불리는 함무라비 법전의 기본 원칙은 ‘눈에는 눈’이다. 당한 만큼 갚아주는, 한마디로 ‘복수’가 법의 정신이다. 성경에도 ‘눈에는 눈(an eye for an eye)’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 고조선의 8조법 역시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고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는 눈’ 식의 형벌은 맹점도 많다. 법 적용이 너무 가혹하고, 죄지은 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흉악범죄의 형량을 놓고 항상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눈에는 눈’(출애굽기)을 적시한 성경이 ‘원수를 사랑하라’(누가복음)고 강조한 것은 ‘죄와 벌’의 균형 논란이 그만큼 뿌리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아동 성폭행, 살인 등 반인륜적 흉악범죄가 늘어나면서 사형 집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찬반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형제 찬성론자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무고한 피해자들의 생명권 보호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또 사형이 집행되면 흉악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5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흉악범죄의 급증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법원의 오심 가능성이 있고, 인간의 생명은 어떤 이유로든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가에 살인권을 부여할 정당성이 없을 뿐더러 오판을 시정할 기회를 영원히 없앤다는 것이다. 사형을 집행해도 살인 등 흉악범죄가 줄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사형제 논란은 결국 ‘사법살인이냐’ ‘필요악’이냐로 귀결된다.

사형제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심리에서 모두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1999년 11월에는 재판관 7 대 2로, 2010년 2월에는 5 대 4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헌재는 합헌 여부에 관계없이 사형제도의 존폐는 입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사형제 존폐는 오는 12월 치러질 대선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여당은 사형제 존치를, 야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형제는 ‘사회 방위를 위한 국가 역할의 범위’에 관한, 단순히 법리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여서 존속이든 폐지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1949년 7월14일부터 1997년 12월30일까지 920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으며, 그 이후 15년간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엠네스티(사면위원회)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4, 5면에서 사형제 찬반 논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