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제도는 대학입시 제도에 따라 혼돈과 시행착오, 수정과 보완을 반복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교육 정상화와 인재 양성을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목소리와 국가가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개입한 비극이라는 지적이 공존한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45년 해방 이후 16차례나 입시제도가 바뀌었을 정도다.

[Cover Story] 인재찾아 3만리…혼돈과 수정의 대입 역사

#대학 100% 자율시대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입시는 대학이 알아서 문제를 출제하고 시행하고 학생을 선발했다. 국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100% 대학이 자율권을 행사했다. 대학입시에서 학사비리가 발생하자 1954년 연합고사가 도입됐다. 대학이 치르는 자체 시험에 앞서 국가가 연합고사를 먼저 쳤다. 연합고사를 통해 정원의 140%를 선발하고 이들만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고사와 대학고사를 두 번 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1년 만에 연합고사는 폐지됐다.

1955~1961년은 대학에 다시 자율성을 부여한 대학별 단독고사가 부활됐다. 여기에 처음으로 고교 내신을 반영한 무시험 전형이 도입됐다. 고교 내신반영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했으나 정원외 초과 모집 등의 부조리가 나타났다. 1962년 대학 입학허가권을 사실상 국가가 관장하는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가 또 도입됐다. 이마저도 수험생이 점수대로 인기대학에 몰리고 무더기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자 1963년 다시 대학별 본고사가 추가 도입됐다.

1964년엔 2년간 실시된 대학입시자격 국가고사가 폐지되고 대학별 단독고사제가 부활됐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인기 대학 집중현상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우려로 1968년 사라졌다.

#예비고사 합격생만 본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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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1972년은 예비고사에 합격한 학생만 대학별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대입시 제도가 바뀐 시기다. 당시 예비고사는 본고사에 응할 수 있는 자격시험의 성격이어서 단편 지식을 묻는 문제가 주류였다. 본고사에서는 국어와 영어,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다. 본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과외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과외가 정권을 뒤흔들 정도로 문제가 되자 정부는 내신제도 도입을 또다시 꺼냈다. 1973~1980년은 예비고사, 본고사, 고교내신이 함께 적용된 시기다. 하지만 이것도 학생들에게 3중고를 안긴다는 비판에 직면, 개편을 피해갈 수 없었다.

1980년 전두환 정부는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대학별 본고사를 전면 폐지했다. 과외도 전면 금지시켰다. 1981년 예비고사는 12년 만에 사라졌다. 1982~1993년은 학력고사 시대다.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 중심으로 시험을 치고 그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학력고사다. 본고사를 위한 자격시험이던 예비고사와 달랐다. 학력고사 성적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경쟁률이 약한 학과에 응시하거나 배짱 지원하는 문제가 노출됐다.

이후 논술고사가 도입됐다. 학력고사가 암기 위주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하지만 논술 반영비율이 10%에도 못 미쳐 실패했다. 1988~1993년은 ‘선지원, 후시험’이 도입된 시기다. 학력고사를 보기 전에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원서를 접수한 뒤 시험 당일 해당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암기 위주인 학력고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1994년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교과 통합적 시험이 출제됐다. 1년 뒤인 1995년 ‘1997년부터 국공립대 본고사를 폐지하고 사립대 입시를 전면 자율화한다’는 교육개혁안이 발표됐다. 1996년 대학별 모집단위가 학과별 모집에서 학부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1, 2학년은 학부 소속으로 다니고 3학년에 올라가면서 세부 전공을 정하도록 했다. 이 때 고교내신 대신 학교생활기록부가 반영됐다.

1998년 초등~고교1학년까지 기본 소양교육을, 고교 2학년부터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7차 교육과정 개편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대입시도 수능과목 선택 확대, 학과 특성에 맞는 학생 선발이 가능해졌다. 2002~2007년 대입시는 또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수능과 학생부, 논술, 추천서, 심층면접 등 다양한 자료가 평가에 도입됐다. 모집도 특별전형, 수시모집, 정시모집으로 다양해졌다. 일부나마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2008년 수능등급제 도입

2008년엔 수능등급제가 도입됐다. 내신을 강화하고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됐다. 다양한 외국어 전형, 우수 인재 선발, 적성검사전형 등도 생겨났다. 하지만 내신 부풀리기, 고교등급제 문제, 스펙 만능주의가 나타나면서 수험생에게 3중고, 4중고를 안긴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입제도는 2014년 또 한 차례 바뀔 운명이다. 수능시험을 2번 볼 수 있고 국·영·수 난이도를 선택하도록 했다. 과목도 국어 영어 수학과 탐구 1과목 선택 등 4개다.

대학입시 제도는 정리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하지만 입시제도가 갈수록 복잡해질 뿐이라는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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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는 한국 학생들… 교육수지는 아직 적자

작년 26만명 해외 유학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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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배우자는 물결이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것과 반대로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 유학생도 많다. 유입과 유출의 차이는 매년 40억달러에 달한다. 교육 부문에서 적자라는 얘기다.

대학생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출국 유학생(한국인)이 입국 유학생(외국인)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최근엔 입국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작년에는 출국 26만2456명, 입국 8만9537명을 각각 기록 그 차이는 3배 아래로 내려가긴 했다. 한국이 급성장함에 따라 한국을 배우자는 발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기유학과 중학생과 고교생 유학 등 부문에서는 여전히 많다. 이른바 조기유학 물결이다. 가족의 해외이주와 부모의 외국 근무로 학교를 부득이 옮겨야 하는 수요를 빼더라도 초·중·고교생의 순수 조기유학생만 5만명이 훌쩍 넘는다.

대학생 유학의 주류는 미국 등 해외 대학으로 입학하거나,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따거나, 영어 등 어학을 배우려는 수요자들이다. 최근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혹은 대학을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도 인기지역이다. 최근엔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 가는 유학도 크게 늘었다. 대학별 자매결연 유학과 국제교류재단을 통한 외국어 습득과정도 한몫하고 있다.

초·중·고교 조기 유학은 영어를 배우거나 한국식 교육에 반대하는 부모의 교육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기유학이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개인차가 심해 딜레마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