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삼성·현대차 가고 싶어 왔어요"…외국 유학생 '코리안 드림'
한국을 찾는 유학생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교육의 질(質)이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국내 학생들이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게 했고, 산업발전시대의 이공계 육성과 공업화 정책은 정보기술(IT) 강국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변변한 부존자원도 없는 가난한 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세계 일곱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한 것은 교육시스템 덕이라는 것이 세계인들의 분석이다.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 한국의 간판급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도 한국으로 유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다. ‘한국에서 공부한 이후 목표’에 대해 “한국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이를 잘 설명한다.

#유학생 부르는 교육시스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는 ‘교육강국 한국’은 개발도상국가들의 교육 롤모델이다. 교과부가 지난달 31일 정부 초청 유학생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한국과 한국교육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143명(61%)이 ‘한국 대학 교육프로그램의 우수성’을 꼽았다. 정부 초청 장학생들은 헬랄리 네할 씨(이집트·연세대 전자공학)는 “평소 한국 기업들의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89명), ‘한국기업에 취직하기 위해’(64명)가 뒤를 이었다.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한국 유학의 강점으로 ‘영어 강의가 잘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취직엔 한국대학 최고"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에게 삼성 현대차 등 한국의 간판급 기업은 한마디로 꿈의 직장이다. 그들은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려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드미트리 바닐코프 씨(러시아·KAIST MBA)는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매우 인상적이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 취직해 러시아 지사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빅토르 산체스 씨(콜롬비아·연세대 경영대학원 MBA)는 지난 6월 졸업과 동시에 멕시코로 건너가 현지 월마트에 취직했다. 그는 “멕시코 월마트 인사담당자가 한국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 한국이 얼마나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며 “내가 한국에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어·한국학 관심도 급증

‘교육 한류’는 해외에서 한국어·한국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숫자에서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한국 관련 학과를 설치한 해외 대학 수는 1992년 32개국 152개에서 올해엔 82개국 810개로 늘어났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중동·중앙아·동남아 지역에서 한국학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수잔나 메즐루미얀 아르메니아 예레반어대 교수는 “예전에는 단순히 한국어에 대한 관심에서 한국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한국어만 배워도 먹고 살 길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학과를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해외에서 ‘한국 학파’도 형성되고 있다. 톤 띠엔펑 씨(베트남)는 지난 8월 건국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본국 최고 명문인 호찌민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선 이미 한국 유학을 다녀온 교수들이 많아 ‘한국 학파’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모델·콘텐츠도 수출

교육 한류는 한국의 교육 모델과 콘텐츠 수출로도 이어진다. 포스코텍과 부산교대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다마과학기술대의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일을 맡고 있다. 신소재공학과 설립을 의뢰받은 포스텍은 교과과정 설계, 실험실 설치 등 하드웨어분야 교수 파견, 졸업예정자 대상 한국 초청 현장실습 등 소프트웨어까지 국내 교육과정을 통째로 심고 있다.

국내 교육업체들의 콘텐츠 수출도 활발하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교육이 ‘수출 상품’으로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류는 유행가와 같다. 인기있을때 잘 관리하지 못하면 언제든 팬들에게서 잊혀진다. 교육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려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교육 한류’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 통계자료를 통해 공부해보자. 외국 학생들이 유학지로 한국을 찾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 교육 한류를 지속시키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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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학생으로 연명하는 부실 지방대

여전히 갈길 먼'교육 한류'

한국을 찾는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여전히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교육 한류’가 가야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Cover Story] "삼성·현대차 가고 싶어 왔어요"…외국 유학생 '코리안 드림'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대학 평가에서 ‘글로벌화’를 중시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다. 같은 시기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 학생들의 유학 수요가 폭발했고, 이 중 상당수가 장학금까지 내건 국내 대학에 유입됐다. 국내 해외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의 비중은 2001년 27%에서 급속히 높아져 2009년에는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부 지역대들이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자격 미달인 중국 학생을 채워넣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분별한 중국 유학생 유치가 낳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사정이 다급한 대학들이 입학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지난 4월에는 위조 서류로 입학한 중국 학생 1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아예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유학 비자를 받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지난 6일 공고했다.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이 20% 이상이거나 불법 체류율이 10% 이상인 대학에는 앞으로 유학생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어·한국학 교육은 건물·교재 같은 하드웨어부터 교원 양성, 한국 유학 기회 제공 등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의 전담 조직이 ‘패키지’ 형태로 맡아야 ‘교육 한류’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