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악플 춤추는 온라인…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인터넷은 21세기 최대의 혁명이다. 경제의 효율성은 놀랄 만큼 향상되고,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제품의 생산과 유통, 창의적 아이디어, 인류의 소통…. 그 어느 곳에도 인터넷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것이 세상의 이치다.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시대 계층 간 정보불균형), 모바일 디바이드(스마트폰 사용여부로 인한 정보격차)는 인터넷 시대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우울한 용어들이다. 인터넷 발달로 전통적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인터넷의 온라인 공간은 ‘소통의 장(場)’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소소한 삶의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제시하고 인맥을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온라인 공간은 소통의 통로를 획기적으로 넓혀준 일등공신이다. 문제는 이 공간이 ‘우아한 소통’만을 주고받는 품격있는 토론의 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온라인 토론장에선 수시로 근거없는 악성 루머들이 춤을 춘다. 그로 인해 인격이 치명적으로 훼손당하고,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된다. 몇몇 연예인들을 자살로 내몬 것도 주범은 악성댓글이었다. 설령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얘기들이 사실이라 해도 개인의 사생활을 여과없이 악의적으로 노출시키는 것 또한 명예훼손이다. 학생들 간의 ‘온라인 왕따’도 수위를 넘어섰다. 온라인 공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때론 상업적 목적을 위해 악의적으로 이용된다. ‘인터넷 실명제’가 논란의 단골메뉴인 이유다.

실명제 옹호론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이나 댓글을 올리면 ‘악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익명성을 악플의 뿌리로 생각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한 온라인의 악플은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명제 반대론자들은 익명성을 인간의 기본속성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실명제가 인권의 상위개념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악플 등 온라인의 부작용을 막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지만 실명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물꼬를 터준 셈이다. 또한 온라인 공간의 품격이 자율이라는 시험대에 올려진 것을 의미한다. 익명성을 악용해 인권을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해도 된다는 무한 자유를 부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도덕적 책임이 무너지면 ‘실명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커질 것이다. 4, 5면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반논리와 헌법재판소의 판결 내용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