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특허의 두 얼굴…기술촉진 vs 진입장벽
‘졸면 죽는다.’

정보기술(IT)업계에 유행처럼 떠도는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기술 시대에 조금만 방심하고 한눈 팔면 낙오한다는 경고다. 남보다 앞서는 신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으면 기업은 물론 국가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기술이나 노하우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자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들은 기술 개발 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인류 삶의 질도 크게 높였다. 새로운 기술이나 노하우는 어느 국가에서나 특허라는 제도로 발명자나 창안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발명자의 권리가 인정돼야 기술 개발이 더 촉진된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런 특허를 어느 정도 보호해주느냐다. 강력한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허자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해줘야 기술 개발이 촉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이즈 치료약을 개발한 제약회사가 아프리카 환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이 약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가난한 환자를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신약 개발비 회수가 힘들어지고 궁극적으로 제약회사들의 신약 개발 의욕만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기술을 지나치게 보호하면 다른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없어 기술 확산을 저해하고 종국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특허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진입장벽인데 이런 장벽의 폐해가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란은 정보통신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술(원천기술)을 개발한 회사는 진입장벽의 보호 아래 엄청난 독점적 이윤을 얻는다. 특히 IT업계의 대명사 미국 애플은 아이폰 관련 특허로 삼성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소송을 벌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이윤을 챙기고 있다. 중소기업의 특허권을 무더기로 사들인 뒤 이들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소송을 걸어 돈을 버는 회사도 등장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이들 회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허소송이 급증하면서 자국 기업을 보호해주는 법원 관행도 나타난다. 이른바 ‘특허 애국주의’다. 최근 삼성-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린 미국 법원도 특허 애국주의에 함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기술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IT 시대에 특허전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4, 5면에서 특허의 양면성과 대표적 특허소송 사례 등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