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두 얼굴…기술촉진 vs 진입장벽

지식재산권은 발명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아우르는 말이다. 새로운 기술을 국가차원에서 보호해주는 특허도 지식재산권에 포함된다. 새로운 기술이나 기법, 아이디어를 특허제도를 통해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술개발 의욕을 북돋우자는 데 있다. 또한 신기술이 궁극적으로 상품화를 거쳐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특허가 또 하나의 기술진입 장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확보해 놓은 엄청난 특허가 경쟁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얘기다. 특허의 유용성엔 다소 시각이 엇갈리지만 원천기술은 기업의 생명줄이자 미래성장의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Cover Story] 특허는 기술혁신의 원동력…남용땐 오히려 毒되죠!

#독점 소유권 부여로 인센티브



특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 창안자에 일정 기간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소유권이 확보되면 기업이나 개인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하려는 의욕이 높아지고 이를 상품화해 돈을 벌려는 욕구도 커진다. 새로 개발된 기술에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누구든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만을 기다려 이를 모방만 하려 할 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으며 기술개발을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발명이나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이익을 배타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장치가 선행돼야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생긴다. 또한 이익이 보장돼야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연결시키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이런 점에서 특허는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된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묻혀버리지 않고 상품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또다시 업그레이드된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생긴다. 예를 들어 발명가가 특허를 통해 독점적 이익을 확보하려면 새로움을 인정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술의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다른 발명가는 내용이 공개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기술을 발명할 수 있는 것이다. 특허는 독점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의 공간도 넓혀 주는 셈이다. 특허제도가 존재하기 이전의 경제에서는 나름의 비법을 ‘며느리도 모르게’ 도제식으로 전수했다면 이제는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기술을 공개하게 된 것이다.

# 특허괴물들'우후죽순'

일부에서는 특허를 기술개발을 막는 또 하나의 기술진입 장벽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수많은 특허를 따내고 이를 무기로 유사기술 개발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신기술이란 것도 사실은 기존의 기술에 ‘새로운 것’을 얹어 만들어지는 것인데 기존 기술에 완벽한 장벽을 치면 또 다른 신기술 개발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많은 특허를 확보해 놓고도 정작 상품화는 시키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데도 남들이 그 기술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상품화하기에는 부담스런 ‘계륵특허’가 많다는 것이다.

특허는 시장에서 일종의 독점공급자다. 독점적 공급자는 시장에서 물건을 적게 만들어 더 비싼 가격에 팔기 때문에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특허 역시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지만 독점의 폐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허에 일정 기간을 부여해 이런 폐해를 막는다고는 하지만 기술진보가 빠른 시대에 기간은 별 의미가 없다. 특허로 독점이 유지되는 기간에 이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재산권은 보호기간이 보통 10~20년이다. 특허괴물도 문제다. 특허괴물이란 엄청난 특허를 무기로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을 말한다. 제조보다는 특허로 로열티를 받고 소송으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힌다. 미국에서만 이런 특허괴물이 1000여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툭하면 특허카드를 휘두르는 특허괴물로 변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경우 법원이나 배심원이 기술의 독창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애플 간 특허분쟁에서 삼성이 일단 패한 것은 미국 배심원들의 무분별한 애국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원천기술은 생존의 키워드

특허나 지식재산권의 유용성 여부를 떠나 창의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기업의 생존 키워드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첨단 정보기술(IT)시대에 원천기술의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횡포에 맞서려면 나만의 원천기술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상책이다.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기업만으론 역부족인 경우도 많다. 국가차원에서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식재산을 축적하고 이를 기업이나 산업에 활용하면 결국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부(國富)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유럽연합(EU) FTA로 특허전쟁은 더 격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특허전쟁에서 이기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식재산 무기고’를 잘 관리해야 살벌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지식재산권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공부해보자. 지식재산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논의해보자. 특허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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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소멸… 헤밍웨이가 돌아오다

[Cover Story] 특허는 기술혁신의 원동력…남용땐 오히려 毒되죠!
세기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로 그의 저작권이 소멸됐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가는 오직 죽은 자들과 경쟁한다”고 말한 그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작품들끼리 벌이는 경쟁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올 들어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헤밍웨이 작품은 20종 5만부 정도에 달한다. 헤밍웨이 작품은 과거에도 꾸준히 출간돼 왔다. 그러나 상당수는 저작권법이 엄격하지 않은 시절부터 출간된 책이거나 저작권 계약을 거치지 않은 ‘해적판’이었다. 올해 헤밍웨이 작품이 쏟아지는 건 저작권 소멸 덕분이다. 현행 국제저작권협약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작가가 사망한 해로부터 50년으로 정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맞물려 작년 7월1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내년 7월1일까지 유예기간을 둬 그전에 사후 50년이 되는 작가들은 기존 조항이 적용된다. 올해부턴 누구든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헤밍웨이의 책을 ‘합법적으로’ 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저작물에는 소설 시 논문 강연 각본 음악 연극 무용 회화 서예 조각 공예 건축물 사진 등이 포함된다.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 한다)과 편집물로서 그 소재(素材)의 선택 또는 배열이 창작성이 있는 것(이를 편집저작물이라 한다)도 독자적 저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