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년…공동번영 길을 닦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가까우면서도 먼 양국에 교류의 물꼬는 튼 획기적 사건이었다. 특히 남북분단이라는 지정학적 아픔을 안고 있는 한국에 중국과의 수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세운다는 의미도 강했다. 수교 20년간 양국 간 물적·인적 교류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역규모는 20년간 35배 늘었고, 양국 방문자 수는 무려 49배나 급증했다. 중국에는 한류(韓流)가 넘실거리고, 한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양국 간에 여전히 갈등과 마찰이 상존한다. 수교 20년을 맞아 양국이 진정한 성숙관계로 진입하려면 ‘존중과 공동번영’이란 수교의 기본정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Cover Story] 한·중 교류 20년…35배의 성장 - 49배의 기적

#교역에 새 지평을 열다


한·중 수교 20년은 양국 간 교역에 새 지평을 연 기간이다. 1992년 63억7000억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간 무역규모는 2012년 2206억달러로 35배나 급증했다. 중국은 2004년에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중국의 4대 교역국이 됐다. 중국에 대한 투자액도 497억달러(2011년까지 누계, 금융 제외 실투자 기준)로 홍콩 일본 미국 싱가포르 대만에 이어 6위 국가로 부상했다. 한마디로 수교 20년은 양국 교역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간이었고, 경제의 상호의존성 역시 크게 높아졌다.

교역의 질도 한층 좋아졌다. 가공무역 중심의 수출구조가 개선되고, 상호보완에서 경쟁관계로 무역구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은 완제품을 재수출하던 단순 제조업 중심의 교역 매커니즘이 금융·유통·서비스·신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년간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22.9%로 같은 기간 전세계 수출증가율(11%)의 2배를 넘었다. 물론 이 같은 수출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민간소비 활성화, 산업구조 고도화, 위안화의 국제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G2(주요 2개국·미국과 중국) 시대를 열어간다는 복안이어서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 더 강화돼야 수출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가전·통신기기·석유화학 등 기존산업과 신산업에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놀랄 정도로 증가한 인적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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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0년간 양국 간 사회·문화적 교류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92년 13만명에 불과하던 양국 방문자는 지난해 640만명으로 급증했다. 20년 만에 연간 방문자가 무려 49배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419만명,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22만명에 달했다. 한국 내 유학생도 중국이 6만843명(2012년 6월 말 기준)으로 압도적으로 1위다. 몽골(4908) 베트남(3044) 일본(2632) 미국(877)이 뒤를 잇지만 숫자는 한참 뒤처진다. 양국 간 유학생은 이미 13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유학생의 70% 정도는 중국에서 공부한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중국이 70만명을 넘는다. 이 중 7만명 가까이는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46만여명(불법 체류자 17만여명 포함)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중국인인 셈이다. 한국인과 결혼 후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도 6만명을 넘는다. 이 중 3만명 정도는 중국동포다.

양국 간 사회적·인적 교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교역 증가에 따른 인적 교류의 영향도 있지만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열풍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 상품과 음식, 관광, 의료서비스, 한국어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존중·공동번영 지혜 모아야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20년에 걸맞게 양국 관계가 성숙해지려면 상호존중과 공공번영이라는 공통분모가 더 공고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무백열(松茂柏悅·친구가 잘됨을 벗이 좋아함) 같은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권병현 전 주중대사는 “긴 역사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은 끊어졌던 관계를 이제 막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웃 국가들을 더 존중해줘야 패권주의 우려를 없앨 수 있으며, 한국은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해 더 긴 문명사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20년은 양국이 성숙한 관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지만 동북아를 이끌어 갈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에는 아직 갈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중 수교 20년은 참된 관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한·중 수교 20주년이 양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수교 20년간 양국의 물적·인적 교류에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보자. 한 단계 더 성숙한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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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인권·역사왜곡… 한·중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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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0년은 양국 관계가 성숙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질적 동반자가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문제는 양국 관계 발전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이다. 한·중 양국은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틀어진 적이 많았다. 남북한과 모두 수교한 중국은 중요한 순간마다 북한 편향적인 태도로 한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북한에 의한 폭침이 분명해 보이는 명백한 증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북한 편들기로 일관했고, 결국 유엔의 대북 제재는 무산됐다. 중국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을 규탄하려는 성명 채택을 무산시켰다.

탈북자들의 인권을 놓고도 갈등이 심하다. 중국은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을 단순한 월경자로 간주해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고, 한국은 이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양국은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과 이어도 관할권을 놓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사건을 놓고도 외교 갈등이 깊어졌다. 중국은 국내법을 위반한 김씨를 추방한 것은 나름 선처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우리로서는 자국민을 구금한 뒤 고문하다 돌려보낸 중국에 항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좀 멀리 보면 양국은 2000년 마늘분쟁, 2004년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일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한 정서가 확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