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증세 vs 감세' 팽팽한 논쟁…포퓰리즘적 접근은 곤란

재정 지출의 역설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돈, 즉 재원(財源)은 결국 세금이다. 국민은 세금을 내는 납세자이자, 그 세금으로 다시 혜택을 받는 수혜자이기도 하다. 세금을 어느 정도 거둬야 하는지, 다시 말해 세율의 문제는 언제나 핫이슈다. 거둔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도 논란거리다. 정치권은 특히 선거철이 되면 증세와 감세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지가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재원의 원천인 세금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 세금 없는 복지는 허황된 꿈

세금은 공동체 번영의 주춧돌이자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복지라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도 세금이 있기에 가능하다. 국민들이 국방과 치안, 도로 항만 교통 전력 등 각종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세금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공공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무이자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세금인 셈이다. 따라서 세금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어느 정도 세금을 거둬야 하느냐가 논쟁거리다.

우리 사회에서 욕구가 커지고 있는 복지도 결국 세금이 열쇠를 쥐고 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 선거전략으로 복지를 앞세우고 있다. 빈부격차가 좁혀지는 나라, 돈이 없어 생명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없는 나라, 가난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는 나라가 이들이 내거는 슬로건이다. 모두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슬로건을 현실화시키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의미다. 복지국가 건설엔 증세가 필수지만 선거에는 대표적 악재가 된다. 정치권이 복지를 외치면서 정작 증세문제에서 발뺌을 하는 이유다. 복지라는 키워드를 놓고 정치권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 지나친 세금은 성장에'독'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들은 적정한 세율을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일반적으로 세금을 적게 거둬야 한다는 감세론자들은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능한한 개입을 적게 하고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개입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증세론자들은 큰 정부를 옹호한다. 복지, 빈부격차 축소 등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절한 세율은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천국을 지향하는 유럽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다. 하지만 국민들은 높은 세율을 복지의 대가로 생각해 조세저항이 크지 않다. ‘복지=세금’이라는 인식이 확립된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 힘써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빈곤층에 지원을 늘리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지만 부작용도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 투자가 위축돼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세금을 지나치게 거두면 소득 창출 의욕과 근로 의욕이 꺾여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 조세 형평성 잃은'부자증세'

현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당기간 감세 정책을 펴왔다. 2009년에는 소득세율을 구간에 따라 1~2%, 법인세는 3% 인하했다.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늘어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정책이었다.

실제로 경제학자 아서 레퍼는 세율을 높이면 납세자들이 세금이 부과되는 경제행위를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감세정책은 이른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 감세에서 증세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증세는 최상위 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포인트다. 납세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세율을 올리면 선거에 부담이 되는 점을 감안, 최상위층에만 부담을 더 지워 중산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정치적 전략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세와 감세의 논쟁이전에 세금 징수의 기본원칙이 더 충실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웃도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소득 감면 대상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2010년에 근로소득자 592만명, 자영업자 247만명 등 840만명(납세의무자의 약 40%)이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적정세율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토론해 보자. 세금이 공동체 번영과 경제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부해 보자. 감세에서 증세로 방향을 튼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긍정·부정적 영향을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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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상식되는 세금의 종류

[Cover Story] '증세 vs 감세' 팽팽한 논쟁…포퓰리즘적 접근은 곤란
세금은 거둬들이는 주체에 따라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거둬들이는 국세 비율은 전체의 약 70~80%,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지방세는 20~30%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이나 독일 등 연방제 국가들의 지방세 비중은 약 38%로 비연방제 국가의 평균 18%보다 훨씬 높다. 국세에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주세 등이 포함된다. 교육세 환경세 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도 국세에 해당된다. 취득세 등록세 주민세 재산세 등은 지방세로 분류된다.

또한 세금은 납세의무자와 담세자가 일치하는 직접세와 그렇지 않은 간접세로 구분한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는 직접세이고,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는 간접세이다. 국세는 다시 부과되는 영역에 따라 내국세 관세로 나뉘고, 집행의 목적에 따라 특정한 목적의 재정수요를 위해 부과되는 목적세와 그렇지 않은 보통세로 구분된다. 종량세는 과세표준이 과세물건의 수량 등으로 표시하는 경우로 수량당 부과하는 세금을 말하고, 종가세는 과세표준이 화폐단위로 표시하는 경우로 가격당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세금을 부과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평등의 원칙이다. 조세는 납세자의 수입에 비례해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는 확실성의 원칙이다. 조세는 명확하게 법률로 정해져야 하며 자의적이거나 편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해선 안 된다. 셋째는 지불편의의 원칙이다. 세금은 납세자가 납부하기에 편리한 시기와 방법에 의해 징수되어야 한다. 넷째는 경제성의 원칙이다. 조세는 징세비가 최소가 되어야 하며 조세가 국민의 경제활동 의욕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 세금 부과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조세저항이 적고,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