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재정지출의 역설…"돈 푸는게 능사 아니다"
정부는 과연 재정지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세계 경기 침체가 4년째 지속되면서 경기 부양 방법론을 놓고 논쟁이 활발하다. 활력을 잃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좀처럼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정책이 동원된다. 우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려서 이자율을 낮추는 통화정책이다. 미국은 실질금리가 수년째 거의 0%다. 우리나라도 1년간이나 연 3.25%로 유지해 오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지난달 3%로 낮췄다.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도 사용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절 케인스가 이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불황을 타개하려면 유효수요를 정부가 창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따라 미국은 1929년 테네시강 개발 사업 등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불황에서 빠져 나오는 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은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와 1970년대 세계 각국들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이 아니라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게 된다. 세금을 낮춰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게 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나라의 세금 총징수액이 줄어든다고 보았다.

공급주의 경제학자로 유명한 아서 래퍼 교수가 최근 정부의 재정 지출 정책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래퍼 교수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의 2007~2009년 정부지출 증가율과 GDP 증가율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민간에서 자금을 차입하다 보니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또 재정 지출 대상이 주로 부실 금융회사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고 복지 정책을 기대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세금을 깎고 규제를 풀어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경제 회복의 정도(正道)임을 재차 역설했다. 과연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할까, 세금을 삭감해야 할까. 정부 재정 지출은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4, 5면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으로 재정지출과 세금삭감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자.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