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상기후…온난화의 재앙인가

폭염에 이어 녹조(綠藻)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수도권과 영남지역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한강과 낙동강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 플랑크톤은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조류의 일종으로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강 낙동강에 이처럼 녹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 기후로 수온이 급격히 상승해 식물성 플랑크톤 번식이 빨라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지구 온난화가 주로 거론된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이상 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에는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비가 내렸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2070년까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간다고가정하면 강우 강도가 2.5배 강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Cover Story] 덥다! 더워…지구 온도 '6도'나 올라간다고?

#재앙인가 일시적 현상인가

기상이변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기상재해의 숫자와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제임스 핸슨 소장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폭염이나 가뭄 등 기상 재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핸슨 소장은 “심각한 폭염이나 가뭄이 일어날 가능성이 1950~1980년대에는 0.1~0.2% 정도였지만 현재는 10%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유엔(UN) 산하 국제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폭염·호우·가뭄·태풍·우박 등 ‘극한적인 기상 이변’이 뚜렷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 이변의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지목한다. IPCC는 2007년 보고서에서 1905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간 지구 전체의 평균 표면온도가 0.7도 올랐다며 그 영향으로 1961년 이후 매년 1.8㎜ 씩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상 이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관측된 수치를 살펴보면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20세기 중반부터는 그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05년 현재 하와이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81ppm으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100ppm가까이 증가했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가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온실 효과를 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기후 변화는 흔히 용수철에 비유된다. 용수철이 늘어나고 줄어든다 해도 원래 길이로 돌아오는 것처럼 기후 역시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져도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장기 기온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의 기온 상승이 장기 기온 사이클의 일환인지 아니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구조적인 변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일 지구 온난화 현상의 결과라면 용수철이 원래보다 늘어나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수철이 느슨해지면 진동의 특성이나 주기가 확연히 바뀌게 된다.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이라는 책에서 IPCC가 전망한 최대 수준인 6도 만큼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전지구적인 환경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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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생물종도 큰 변화

지구온난화 주장에 대해 과잉 반응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영국 서섹스대 교수 리처드 톨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니콜라스 스턴의 보고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나리오”라며 “과학적인 오류와 지나친 가정이 많은 선동적인 글”이라고 비판했다. 저명한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온난화로 인해 난방용 에너지가 절감되고 더운 기후에서 재배될 수 있는 작물이 늘어나는 등 전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인간의 적응 능력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경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외른 롬보르는 ‘쿨 잇’이라는 책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그 때문에 무리하게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할 경우 경제적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온난화 현상은 생물종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박새의 경우 산란시기가 47년전에 비해 2주 가량 빨라졌다. 알에서 태어난 어린 박새는 겨울물결자나방의 유충을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기온상승으로 나방의 알이 유충으로 변하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덩달아 박새의 산란시기까지 빨라진 것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은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커진 21세기는 현재의 지질시대인 ‘충적세’가 아니라 ‘인류세’로 따로 분류해야한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그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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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낳은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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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를 말한다.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2O)·수소불화탄소(HFCs)·과불화탄소(PFCs)·육불화황(SF6) 등이 6대 온실가스로 꼽힌다. 이들 기체는 대기권과 우주 경계 근처에 존재하다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에너지를 흡수·저장한 후 이를 다시 지구로 내보낸다.

▨ 유엔기후변화협약: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하기로 한 협약이다.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되었다. 리우 협약이라고도 한다. 1995년에는 리우 협약을 강화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체결되었다. 2010년 새 협약 체결에 실패하면서 국제사회는 2020년까지 교토의정서 체제를 유지키로 합의했다.

▨ 엘니뇨(El Nino):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남미 태평양 연안은 바다 심층에서 찬 해수가 솟아올라오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부는 무역풍이 약해져 바닷물의 대류 현상이 줄면 수온이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다. 태평양 지역의 해수 순환이 평년과 달라지기 때문에 엘니뇨 현상으로 전지구적인 기상 이변이 나타난다. 반대로 이 지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La Nina)라고 한다.

▨ 지구공학(geoengineering): 대기-땅-바다로 이어지는 지구의 온도 순환 시스템에 개입하고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기술. 대기 중에 미세 입자를 뿌리고, 지구 궤도에 거대 거울을 설치해 햇빛을 차단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심해나 암반에 저장하는 등의 기술이 제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