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더위 식히는 고전의 향기…수능·논술 준비에도 제격

논술에 잘나오는 고전 10선

무더운 여름이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으로 달려가 탁 트인 풍광을 만끽하거나 녹음이 짙은 숲속에서 시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은 계절이다. 그러나 이 더위를 휴가만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길다. 몰입의 즐거움 속에 더위도 잊고 평생 나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줄 양식을 쌓을 방법이 있다. 바로 독서다. 10대에 쌓은 감수성과 지식은 가장 선명하고 오랫동안 남아 인생의 지남철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짧게는 학생들의 가장 큰 당면과제인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시험을 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수없이 많은 깊고 유려한 고전들 중에 단 10권의 필독서를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담고 또 대학논술문제의 기출 제시문에 많이 출제된 바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Cover Story] 더위 식히는 고전의 향기…수능·논술 준비에도 제격

우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다. 약관 20세에 참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원을 세우고 시작된 데카르트의 여정이 담긴 역작이다. 기존의 지식을 따라가기도 급급한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 될 절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찾고자 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데카르트는 참된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들을 의심해보는 ‘방법적 회의’를 시도했는데 그러한 과정 속에서 단 하나의 의심할 수 없는 진리로 찾아낸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생각하는 동안에는 바로 생각을 하는 주체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진리라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사상은 바로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철학으로 이어지게 된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너무나 많은 대학의 논술 제시문에 인용된 바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시간을 들여 깊이있게 잘 이해해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인간의 본성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한 흥미로운 책도 있다. 바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다. 자신의 존속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유전자는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이타주의라는 숭고한 정신적 산물도 유전자적 관점에서 볼 때는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물학적 결과물일 뿐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 사랑도 결국 종족 번식이 원활하도록 유전자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하게 된다. 육체와 분리된 인간만의 가치있는 정신적 산물로 여겨졌던 것들조차 모두 생물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정약용 ‘목민심서’

우리나라 실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어떨까. 책의 내용은 지방관이 지켜야 할 지침과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비판한 것인데, 그의 부친이 여러 고을의 지방관을 지낼 때 임지에 따라가 견문을 넓혔고, 그 자신도 지방관 및 경기도 암행어사를 지내면서 지방행정의 문란과 부패로 인한 민생의 궁핍함을 체험하여 이를 바탕으로 저술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민중에 대한 관심과 치세에 대한 사상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사마천 ‘사기’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의 고대 역사를 담은 책으로 무려 130편의 대작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역동적이고 선명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문체 또한 훌륭해서 위대한 역사서면서 걸출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수천년 전의 인물들이 위기 속에서 발하는 지혜와 의리뿐만 아니라 간교함과 배신 속에서 역사적 교훈과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많은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요약된 책들도 많이 출판되어 있다.

톨스토이 ‘인생론’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갖고 있다면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추천한다. 러시아의 부유한 귀족 출신으로 수많은 명작을 남겨 대문호로 불리는 그였지만 삶의 고통과 번민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이 저술에서 그는 인간은 자기 일신을 위해서만 자기의 행복을 희구할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인류 전체를 위해서 사랑을 가지고 사는 것에 인생의 최고 목적이 있으며 거기에 비로소 참된 행복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이러한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기도 하였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또한 아름다운 문체로 사춘기의 방황 속에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고전 중의 하나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라는 이 책의 가장 유명한 구절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에 한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롤즈 ‘정의론’

롤즈의 ‘정의론’은 대학논술의 감초이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 주면서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을 찾고자 한 그는 전통적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의’를 제시했다. 즉, 정의란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상충되지 않는 광범한 자유를 누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불평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 배분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맹자 ‘맹자’

‘맹자’를 통해 공명정대하고 부끄러움 없는 용기인 호연지기를 배울 수도 있다. 국익을 묻는 양나라 혜왕에게 ‘왕은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라며 자신의 사상을 도도하게 펼쳐낸 맹자의 기상을 느껴보자.

박지원 ‘열하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논술시험에서 인용된 바 있다. 풍부하면서도 유려한 문장을 통해 청나라의 신문물을 대하는 실학자의 면모와 다양한 방면에 대한 연암의 식견을 접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통해 고도의 산업화 속에서 비인간적이 된 현대사회에서 나아갈 지표를 얻을 수 있다. 배타적이고 수동적인 소유 양식에서 벗어나 나눔과 능동의 소유를 실천함으로써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적인 사회의 건설을 역설한 그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열 권의 책을 모두 읽고 싶겠지만 과한 욕심은 부리지 말자. 논술에 도움이 되는 독서는 양보다는 질이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 따르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한 가지 책을 습득하여 그 뜻을 모두 알아서 완전히 통달하고 의문이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은 책을 읽어서 많이 얻기를 탐내어 부산하게 이것저것 읽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 권의 고전을 읽더라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풍부한 사유를 즐길 때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과정 속에서 논술에 필요한 능력이 함양됨을 잊지 말자.

박상철 S·논술 선임연구원 deeper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