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제학…메달은 국력이다?

1923년 33세의 나이에 음료회사 사장이 된 로버트 우드러프는 어떻게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늘 고민이었다. 그는 갓 시작된 올림픽에 주목했다.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제4회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단을 위해 그는 1000상자의 ‘시꺼먼 물’을 공짜로 보냈다. 미국 선수단이 경기 기간 내내 입에 달고 다닌 음료는 전 세계 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음료가 입소문을 타자 우드러프는 네덜란드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코카콜라사는 이후 최장수 올림픽 후원사가 됐다. 본사가 있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1996년 열린 제26회 올림픽은 ‘코카콜라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코카콜라의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스포츠는 마케팅의 최고 수단


코카콜라 사례는 기업들이 왜 스포츠 마케팅에 거액의 돈을 아낌없이 쓰는지 잘보여준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를 이용해 제품 판매 확대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뜻한다.

기업들이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대회 운영 자금을 대는 ‘스폰서(후원 기업)’가 되는 것이다. 스폰서가 되는 대가로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로고 등을 경기장 안팎에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광고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다. 올림픽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폰서십 프로그램인 ‘TOP(The Olympic Partrner)’를 도입하며 자동차, 전자 등 산업 분야별로 1개 글로벌 기업과 4년 단위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예 대회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외 스포츠 스타를 초청해 특별 경기를 개최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수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도 각광받는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스포츠 전문용품 브랜드는 유명 선수들과 계약을 맺고 자사 제품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이 경기하는 모습 자체가 움직이는 광고판이 되는 것이다. 1984년 첫 출시된 ‘에어 조던’ 농구화는 당시 미국 프로농구 스타인 마이클 조던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선수들이 출연하는 광고는 기본이다.

이렇게 스포츠 마케팅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나이·성별·인종·빈부에 상관없이 받아들이기 쉬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를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언어나 문화가 필요하지 않다. 집중적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43억명가량이 집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중계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를 피하는 ‘재핑(Zapping)’ 문제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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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커진 마케팅 규모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투입하는 금액은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림픽의 경우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TOP에 참여한 9개 기업의 후원금은 9600만달러였다. 20년 뒤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2개 기업이 8억6600만달러(1조140억원)를 IOC에 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 삼성전자 코카콜라 등 11개 후원 기업이 지불하는 금액은 사상 최대인 10억달러(1조18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기범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원은 “올림픽 후원사는 통상 스폰서십을 얻기 위해 지불한 금액만큼 마케팅 프로모션에 추가로 돈을 집행한다”며 “스폰서 금액과 프로모션 비용을 합치면 이번 런던올림픽에 투입되는 스포츠마케팅 관련 비용은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보다 낮은 등급의 스폰서십인 ‘올림픽 파트너’에는 44개 영국업체들이 참여해 7억파운드(1조2660억원)를 냈다.

단일 종목으로 가장 관람객이 많은 축구도 마찬가지다. FIFA(세계축구연맹)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아디다스가 설립한 광고 회사 ISL과 손잡고 기업 마케팅과 월드컵 확산을 조직적으로 연계하면서 전 세계적인 월드컵 붐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6개 스폰서 기업은 4년 동안 평균 1000억원씩을 후원금으로 지급했다. 코카콜라의 경우 1억2400만달러를 스폰서십 체결에, 4억7500만달러를 순수 마케팅 비용에 썼다. 후원기업들은 총 20조가량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초 끝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는 유럽축구연맹(UEFA)와 프랑스 유력 스포츠 신문 레퀴프(L’Equipe)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만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자카드는 1986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4번의 하계 올림픽과 3번의 동계올림픽을 후원한 뒤 전세계 카드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스포츠 브랜드였던 미즈노와 아식스는 1964년 도쿄올림픽, 일본 브러더공업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후원한 이후 전 세계적 인지도가 올라갔다. 삼성전자도 198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부터 후원사로 참여해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스포츠가 왜 전 세계인을 열광하게 만드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해 보자. 스포츠의 상업화는 과연 피할 수 없는 현상인지, 그리고 지나친 상업화가 어떠한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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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LG, 마케팅 효과 '톡톡'

[Cover Story] 올림픽은 '쩐의 전쟁'…1조원은 써야  공식 스폰서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자사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런던 올림픽의 공식후원사(TOP)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와 성화봉송 후원사 계약을 맺고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삼성 호프 릴레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성화봉송을 체험하면 1마일당 1파운드를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학교 급식 개선 운동을 펴는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이 성화봉송에 참여한다. 삼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첼시도 후원하고 있다. 삼성은 첼시 후원으로 시즌당 1억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 개최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유로 2012년은 경기당 시청자가 2000만명에 달하는 등 유럽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돈으로 계산하기 힘든 회사 홍보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 기아차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고 기아자동차는 2007년부터 미국프로농구(NBA)를 후원하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대회는 물론 인기 있는 개별 종목 경기도 후원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에는 삼성, 현대, 기아의 광고가 나란히 전파를 타면서 수억명에 달하는 미국 시청자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LG는 2009년부터 자동차 경주대회 F1을 후원 중이다. F1의 전세계 시청자수는 5억명에 달한다. 스노보드 월드컵과 크리켓 월드컵 등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