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제학…메달은 국력이다?

올림픽은 단순히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의 전당만은 아니다. 올림픽엔 정치·경제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올림픽 경제학, 올림픽 정치학이란 말이 흔히 쓰이는 이유다. 올림픽을 유치한 국가는 경기장, 도로 등의 인프라 투자로 생산·고용에서 상당한 ‘주최국 효과’를 보지만 과도한 지출에 따른 재정 악화로 ‘주최국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올림픽을 유치한 대부분 국가들에서 이듬해 성장이 둔화된 것은 올림픽 유치가 반드시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래도 각국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플러스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Cover Story] 올림픽의 진화?…스포츠 전당서 경제력 각축장으로

#전쟁도 중지시킨 평화의 정신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제전경기(祭典競技)가 기원이다. 제전경기는 그리스 도시 국가에서 종교의식의 하나로 정기적으로 치러졌다. 가장 성대하고 유명한 제전경기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와 피티아, 2년마다 열리는 이스트모스와 네메아를 들 수 있다. 특히 올림피아는 BC 776년에 시작해 가장 오래 지속됐고, 영향력도 컸다. 모두 293회에 걸쳐 기원후 393년까지 1200년 가까이 치러졌다. 올림피아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절대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행사로 시민들은 달리기 등 여러 운동경기를 즐겼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서부연안의 올림피아에서 열려 근대 올림픽의 기원인 올림피아제로 불렸다. 올림피아제가 열리면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선수와 참관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일체의 전쟁을 중단했다.

그리스의 올림피아제는 이후 한동안 중단됐다가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의 제창으로 19세기말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한다. 쿠베르탱은 당시 프로이센과의 전쟁에 패배한 조국을 재건하기 위해 교육개혁을 주장하던 중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지향한 고대 그리스의 체육에 매료돼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했다. 그리고 2년후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을 개최해 근대 올림픽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평화와 화합을 기치로 내건 근대 올림픽은 동서 이념 대립으로 반쪽 대회로 전락하거나 세계 대전으로 두 차례나 중단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메달은 국력순이다?

[Cover Story] 올림픽의 진화?…스포츠 전당서 경제력 각축장으로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은 올림픽의 진정한 의의를 ‘승리보다 참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승을 다투는 경기에서 국력과 경제력이 무시될 수는 없다. 금메달 수가 국력을 과시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지표가 된 것은 이미 오래다. 올림픽 성적 예측모델을 연구한 매건 버시 미 버클리대 교수는 “지난 40년간 올림픽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가별 성적에 가장 영향을 미친 변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버드대가 올림픽 성적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경제학적으로 연구한 결과 메달 1개를 더 따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260달러 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이런 연구결과를 수학공식처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국력=금메달’은 상당히 근거가 있는 방정식이다. 중국이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막강한 인구를 배경으로 한 경제력 때문이다.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은 1950년대이후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카드로 ‘스포츠 육성’을 꺼내들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스타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스포츠국가주의(sport nationalism)로 동구권 국가들은 한 때 국제무대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정권이 무너지면서 스포츠국가주의도 기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동구권 국가들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스포츠 강국의 위상도 함께 무너진 것으로 분석한다.

#올림픽 유치, 언제나 득될까?


전세계 국가들은 올림픽 유치에 안간힘을 쏟는다. 정계·관계·재계가 함께 나서 유치 총력전을 펼친다. 우리나라가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올림픽 유치로 도로 교통 등 도시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국가 이미지도 높아진다. 지역사회 통합, 애국심 고취 등도 올림픽 유치 효과다. 특히 미래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관광산업은 국가 이미지 홍보로 인한 대표적 수혜 분야로 꼽힌다.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면서 해당 국가 제품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올림픽은 정치적 의미도 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동구권 해체와 냉전종식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과다한 투자로 재정부담이 늘어나면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실제로 올림픽을 유치한 대다수 국가들은 대회가 끝난뒤 급격한 경제성장률 둔화를 겪었다. 런던올림픽 효과도 분석이 크게 엇갈린다. 유럽의 한 연구기관은 ‘영국경제에 온 절호의 기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9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으나 올림픽 개최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정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올림픽 변천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고대올림픽과 근대올림픽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공부해 보자. 올림픽 성적과 국력(경제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지를 구체적 연구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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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주범' 맥도널드 ·코카콜라와 인연 끊어야하나…

IOC, 스폰서 유지할 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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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의 제창에 따라 1894년 창설됐다. 올림픽 전통과 이념 선양, 아마추어 경기 권장, 근대올림픽대회 총괄 등이 주업무다. 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으며 200여개국이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는 1947년 가입했으며 1955년 이후 9명의 IOC 위원을 배출했다. 현재는 이건희 삼성 회장, 문대성 의원(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등 2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IOC 위원은 스포츠계 최고의 명예직으로 대부분 나라에서 입국사증(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등 국제적 예우를 받는다. 총회는 매년 1회 열리며 임원 선출, 올림픽 개최지 선정, 수익금 배분 등 주요 사항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2001년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12차 총회에서 벨기에의 자크 로게가 제8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IOC는 1984년 LA올림픽의 상업적 성공 직후인 1985년부터 올림픽 공식후원사를 업계별로 선정하는 ‘The Olympic Partner(TOP)’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IOC는 비만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맥도널드, 코카콜라와의 오랜 스폰서 관계를 지속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게 위원장은 “맥도널드와 코카콜라의 올림픽 경기 후원에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다”며 “비만이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 업체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FT는 최근 보건단체들이 IOC에 올림픽과 고칼로리 브랜드의 연계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IOC가 이들 회사와 인연을 끊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