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기묘한 화석이 하나 발견됐다. 꼬리가 긴 공룡 화석 같았지만 새처럼 부리가 있고 앞다리는 마치 날개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새와 공룡의 특징을 함께 지닌 시조새 화석이었다. 시조새 화석은 진화론을 오랫동안 대표하는 근거로 사용돼 왔다. 한국에서도 파충류에서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근거로 수십년간 교과서에 실렸다.
[Cover Story] 시조새의 '두 날개'…창조일까 진화일까
이 시조새가 최근 교육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출판사들이 시조새 등 진화론의 논거로 제시되던 내용들을 대거 수정하거나 삭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7곳 가운데 6곳이 시조새 관련 내용을, 3곳이 말의 진화를 다룬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예정이다. 진화론을 비판해 온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가 지난해 교과부에 이들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제출하자, 이를 다시 교과부가 출판사 측에 전달한 결과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는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진화론의 실체를 학술적 견지에서 밝혀 궁극적으로 진화론 교과서를 개정하는 게 목표”라고 강변한다. 이들은 생물이 신의 섭리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조새 사건’은 한국에서도 창조론 진영이 진화론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기존 과학계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국고생물학회를 비롯한 6개 학회 과학자 모임인 한국진화학회추진위원회는 시조새 삭제 요구에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학계가 공동으로 시조새 논쟁에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급기야 교과부는 “현재의 교육 과정을 일방적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말까지 관련 지침을 출판사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창조과학론은 1960년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1980년대 ‘지적설계론’을 내세우면서 주장을 세련되게 가다듬었다. 지적설계론은 말 그대로 어떤 지적인 존재가 세상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생명이 작동하는 방식의 복잡성을 감안했을 때 자연적인 진화의 결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연 자체의 복잡성과 일종의 불가지론을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창조론과 진화론 진영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05년에도 미국 법원은 지적설계론을 교육 과정에 집어넣기로 한 펜실베이니아주 도버시 교육위원회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은 2가지 논점으로 요약된다. 먼저 진화론이 과학으로서 완벽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진화론자들은 창조론이 공격하는 진화론의 약점은 이미 낡은 가설들이라고 반박한다. 두 번째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다. 종교적 신념 체계에서 입각한 이론을 과학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이 각각 생명의 기원과 발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4·5면에서 살펴보자.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