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되는 '위기의 진앙'

[Cover Story] 중국경제 기침하면 한국경제는 독감든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이 든다’는 말이있다. 대외 경제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를 꼬집는 표현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서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지이자 떠오르는 시장이다.

한국 제조업은 중국산 수출품에 필요한 중간재를 판매해서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다. 떠오르는 중국 시장은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도약처이기도 하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출 비중, 내수 부진,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높은 외국인 비중 등은 한국 경제가 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인들이다. 유로존 상황에 따라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대외변수 민감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수출 · 내수 불균형이 취약점

최근 한국 경제에 잇따라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나라 빚이 많은 유럽 각국이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도 침체에 접어들었다. 이런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초 3.8%에서 3.6%로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취약한 이유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수출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액을 나타내는 대외의존도는 지난해 102.2%였다. 미국 29%, 일본 25%와 비교하면 네 배 가까이 높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2007년 82.3%에서 2008년 107.2%로 높아졌다가 2009년 95.9%로 주춤한 뒤 지난해 다시 100%를 넘었다.

GDP 대비 수출 비중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의 이 비율은 52.4%로 미국(12.7%) 일본(12.6%)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유럽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도 46.1%로 한국보다는 낮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로 수출지향적 산업화 정책을 꼽는다. 넓은 해외 시장을 상대로 제품을 생산해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고 산업 구조를 계속해서 고도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불황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휘청거릴 때 한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활동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하지만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에 해외 경제의 부침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대기업 집중도 심화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1%로 미국(10.1%), 유럽연합(EU·10.0%), 일본(7.1%)에 비해 비중이 월등히 높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제품은 완제품보다 중간제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70% 정도가 중국의 수출용 완제품에 필요한 중간재다.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수출 품목을 보면 몇몇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의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4%에 달했다. 특히 선박·자동차·반도체는 1993년 이후 한국의 5대 수출품목에서 한 번도 빠진 일이 없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이 2위로 뛰어올랐다.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01년 전체 수출의 42.9%였던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07년 30.6%까지 떨어진 뒤 뚜렷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ATM?

실물보다 대외 변수에 더 취약한 곳은 금융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 말 한국의 GDP 대비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32.1%였다. 미국(14.1%) 일본(13.9%) 독일(19.9%) 프랑스(27.8%)보다 높았다.외국인 투자자의 대부분은 해외 연기금과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또 한국은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인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를 부과하지 않는다. 투기성 국제자본이 단기간에 주식을 매매한 뒤 빠져나가기 쉬운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미국·유럽 등 외국에서 악재가 터지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우선 빼내 현금인출기처럼 사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수출입 비중이 높은 경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자.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어떠한 문제를 겪게 되는지 토론해보자. 해결책도 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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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출시장 침체…크게 늘어난 정부 부채도 '부담'

위기감 고조되는 한국 경제

유럽발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감돈다.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라는 전망과 달리 지속적으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는 점저(漸低)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현재의 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여서 단순하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주요 수출 시장이 한꺼번에 침체에 빠져든 것이다. 스페인 등 남유럽 각국으로 확산되는 금융 위기에다가 미국 경기회복까지 지연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도 선진국발 주문이 줄어든 데다 경기 과열에 뒤따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경우 아시아 신흥국의 과잉 투자가 주 원인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 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지난 몇 년간 빚을 내서 흥청망청하던 선진국이 그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게 된 것이 원인으로 빠른 해결이 어렵다. 다만 외환보유액이 3168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기업들의 체력도 튼튼해 15년 전과 같은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민간 소비 침체는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주택시장이 당분간 침체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 하락으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 소비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막히면서 결국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문제는 부채다. 작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정부 부채 총액은 231%에 달해 IMF 외환위기 때의 150%에 비해 10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2008년 위기에 대응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정부 부채가 앞으로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