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되는 '위기의 진앙'

[Cover Story] 확산되는 유로존 위기…휘청대는 글로벌경제 3각축
유로존 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인 유럽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미국과 중국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세계경제의 3각축이 모두 균형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기는 마찬가지다. 위기의 진원지는 유럽이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뉴스 하나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대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점차 제조업 분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유럽 지도자들이 위기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는 있지만 국가 간 입장 차이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G2(미국 중국)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원지 바뀐 글로벌 위기

위기의 진원지 유럽은 상황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평균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1.0%로까지 치솟았고,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가부도 위험 수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청년 실업자는 546만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명이나 늘었다. 유로존 위기의 시동을 건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70%에 달한다. 유로존 위기의 본질은 과다한 복지 지출이다. 복지에 막대한 국가 돈을 쏟아부은 반면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감소하면서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로존 경기부진은 기본적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탓이 크지만 탄탄한 복지로 생계가 보장되면서 근로의욕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데 일부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위기확산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진앙인 유로존의 경기 안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유로존 국가별로도 이견 차이가 심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유로존의 맏형격인 독일과 프랑스는 재정난이 심한 국가들은 긴축으로 빚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긴축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는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국 간 공조가 삐걱대고 있다. 유럽 전체로는 긴축보다 성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하다.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빚을 더 내 당장의 불(실업, 저성장 등)을 꺼달라고 외쳐댄다.

[Cover Story] 확산되는 유로존 위기…휘청대는 글로벌경제 3각축

#선진·신흥국 동반타격

유로존 위기가 선진·신흥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징후는 곳곳에서 뚜렷이 감지된다. 금융시장은 연일 유로존 뉴스에 출렁대지만 더 큰 문제는 금융 불안이 실물(제조업)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경기의 대표적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4월 54.8에서 5월엔 53.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 PMI도 45.9에서 45.1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잘나가던 영국의 제조업 PMI는 50.2에서 45.9로 급락했다. 글로벌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대표 주자들의 제조업 지표가 줄줄이 하락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고 위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까지 무차별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크 쇼필드 씨티그룹 채권전략 책임자는 “최근의 지표들은 한마디로 게임 체인저(game-changer·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였다”며 “시장은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유로존 리더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스페인 금융위기 등 다가올 참사에 충분히 무장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위기해결 리더십 부재

유로존의 맏형격인 독일 은행들마저 무더기로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발 위기가 금융·실물 쪽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지만 이를 차단할 글로벌 리더십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에서 위기 해법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기 해결의 ‘투톱’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긴축을 요구하지만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장이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위기 때마다 관심이 모아지는 G7, G20도 마땅한 공동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기 발등의 불을 끄기가 바쁜 데다 각국 간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리더십은 2008년 리먼사태를 겪으면서 현저히 약화됐다. 현 상황에서는 G2의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유로존발 위기가 2008년 위기로 증폭되는 것을 막으려면 주요 국가들의 리더십이 절실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졸릭 총재는 “위기가 어디까지 전염될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유로존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토론해 보자. 글로벌 시대에 위기가 전파되는 구조를 생각해 보고, 2012년 위기와 2008년 위기의 닮은점과 차이점을 논의해 보자. 위기 해소 방안도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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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지는 '3차 양적완화' 기대감

유로존 재정위기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양대 중앙은행인 Fed와 ECB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글로벌 경기가 불황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6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0%로 동결했다. 하지만 은행권에 무제한 규모로 지원해온 1개월 만기 단기 자금 공급을 최대한 연장하고, 3개월 만기 자금을 연말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ECB의 국채 재매입, 금리인하 등은 추가로 예상되는 조치들이다. 유로본드 발행은 유로존 국가들 간 이견이 심해 당분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9, 20일 열린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Fed가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80%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추가 부양조치로 3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채권을 사들이고 단기채권을 팔아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 연장 등을 꼽는다. Fed가 보유 중인 단기국채 4000억달러어치를 팔아 이 금액만큼의 장기국채를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 종료된다. 마이클 퍼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깊어져 Fed의 추가 부양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나 금리 인하가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