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美 유럽?…전이되는 '위기의 진앙'
유로존 위기가 전 세계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지표가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선진·신흥국에서 제조업 경기의 동반 침체 조짐이 나타나면서 고용시장 찬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대 교역축인 미국·유럽·중국 경제가 동반 위축되면 우리나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2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른바 ‘PIGS’로 불리는 포르투갈 아일랜드(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출발했다. 위기의 본질은 재정적자와 저성장이다. 복지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국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리스 스페인은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수년간 지속된 저성장으로 유로존의 평균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1.0%까지 치솟았다. 그리스·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는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발원지는 미국 월가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무분별한 금융 파생상품으로 대변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위기의 결정적 빌미였다. 돈에 대한 비이성적 탐욕이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으로 내몰았고 세계는 혹독한 ‘탐욕의 대가’를 치렀다. 미국발(發) 위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위기의 진앙이 유럽으로 옮겨갔다. 진앙은 바뀌었지만 지구촌이 겪는 고통은 마찬가지다. 일자리 감소로 생존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계의 자산가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위기는 빠르게 전염된다. 2008년 리먼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었고, 금융 불안이 실물(제조업)로 옮겨가면서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유럽발 위기도 확산 방향만 다를 뿐 파장은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5월 제조업지수도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전달(53.3)보다 크게 떨어졌다. 미국의 고용 회복세도 예상보다 주춤거리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G2(미국 중국)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3대 축인 미국 유럽 중국(아시아)이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국가(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4, 5면에서 유로존 위기의 원인과 파장,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특히 민감한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