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클럽' 진입…대한민국, 7대 강국으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진입은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폐허의 땅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이룬 쾌거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20-50클럽 진입은 국민 모두의 힘이 모아져 이룬 성과지만 특히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 빈약한 자원국가라는 핸디캡을 딛고 끊없이 혁신하고 도전해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기업인들의 역할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그 바탕엔 한국인의 근면성, 창의성, 성취욕 등 특유의 기질이 깔려있다. 폐허의 땅에서 ‘수출입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수출주도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정부정책도 20-50클럽 진입을 앞당긴 요인이다.

#기업·정부·국민의 합작품


[Cover Story] 기업가정신·근면·개방이 이룬 쾌거…이젠 '30-50클럽'!
우리나라의 ‘20-50클럽’ 가입은 1996년 영국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 클럽에 진입한 국가도 일본(1987) 미국(1988) 프랑스·이탈리아(1990) 독일(1991) 영국 등 6개 국가에 불과하다. 따라서 20-50클럽 진입은 한국이 확실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 20-50클럽에 진인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2010년에 2만9997달러를 기록해 일본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에 올랐다. 20-50클럽 자격의 한 조건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수년 전에 이미 달성했고, 또 하나의 조건인 인구를 이번달에 충족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1960년 2500만명에서 52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인구 증가는 다문화정책 확산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요인도 크다.

국민소득을 늘린 일등공신은 기업이다. 1950~1960년대 가발이 거의 유일한 수출품이었던 우리나라가 전자 중공업 반도체 화학 선박 등 대부분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의 부(富)를 지속적으로 늘린 것도 기업이다. 물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창의성, 근면성, 성취욕은 물론 정부 정책이 꾸준히 뒷받침한 덕이다. 인구 5000만명 돌파는 다문화가정이 원동력이다.

#20-50클럽은 새로운 출발점

20-50클럽 진입은 더 큰 목표를 향한 출발점이다. 당장은 30-50클럽 진입이 과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2만2489달러로 일본(4만6973달러)보다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반면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기준으로 한 소득(구매력 평가기준)은 우리나라가 2만9000달러(2010년 기준)로 일본(3만3000달러)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향후 5년 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50에서 30-50으로의 도약은 저절로 달성되지 않는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개방 확대도 과제다. 정치권은 표심만을 자극하는 무분별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 20-50에 안주해 ‘선진국병’에 걸리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양질의 교육으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속적 번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위상맞게 국격 업그레이드를


20-50클럽 국가들은 G7(선진 7개국·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과 회원국이 거의 겹친다. 인구 부족으로 20-50클럽 회원국인 못 된 캐나다 대신에 한국이 들어가면 20-50클럽과 G7은 회원국이 정확이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G7 국가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경제·문화·스포츠 분야에선 후한 점수를 받지만 정치·사회 분야에선 20-50클럽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20-50클럽 회원국에 걸맞은 대접을 받으려면 부정부패, 비리, 폭력 등 정치·사회적 후진성을 탈피해야 한다. 20-50클럽 진입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진입하게 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보자. 20-50클럽 가입에 걸맞게 국격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논의해 보자. 인구와 경제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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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뿐인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 이상


‘20-50클럽’은 1인당 소득 2만달러(20K·K는 1000을 의미), 인구 5000만명(50M·M은 100만을 의미) 이상의 강대국을 뜻한다. 현재 이 클럽에 든 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가입 순)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이달에 인구 5000만명을 돌파해 20-50클럽 요건을 갖추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인구는 4977만명으로 분당 0.43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6월23일 국내 인구는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한다. 통계청은 1년에 3개월 이상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조건을 기준으로 인구(외국인 근로자 포함)를 집계한다.
[Cover Story] 기업가정신·근면·개방이 이룬 쾌거…이젠 '30-50클럽'!
클럽 가입국가들은 일단 2만달러, 5000만명을 돌파한 이후에는 대부분 성장을 지속했다. 독일이 1990년대 초반 통일에 따른 영향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일시적으로 2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회복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하지만 독일도 소득이 훨씬 낮았던 동독을 껴안고도 1995년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을 이어 20-50클럽 진입국이 나오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호주(2380만명) 캐나다(3513만명) 등은 소득은 높지만 인구가 5000만명에 도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상당기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중국(4383달러) 인도(1406달러) 브라질(1만717달러) 등은 인구는 많지만 이들 인구의 전체 소득을 평균 2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 1996년 영국이 클럽에 진입한 이후 16년 만에 한국이 처음으로 문턱을 넘은 것은 20-50클럽 가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