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50 클럽' 진입…대한민국, 7대 강국으로
폐허의 땅…. 광복 직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나마 폐허에서 움틔우던 희망은 동족상잔이란 비극 속에 다시 시들어갔다. 1950년대 ‘코리아’는 구원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구촌 역사의 뒤편에 내팽개쳐진 존재였다. 그 폐허의 땅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시장경제가 꽃을 피우리라고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강의 기적…. 불과 반세기 만에 폐허는 번영의 땅으로 변했다.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한국인들은 유엔 세계은행 등 국제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지구촌엔 한류 열풍이 거세고, 국제사회의 구원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초라한 코리아’는 해외 원조국으로 유일하게 역할을 바꿨다. 광복 직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의 놀라운 성장을 국제사회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이달 중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나라들을 뜻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소득 기준으로, 5000만명은 인구 강국과 소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한마디로 한국이 경제·인구적으로 명실상부한 강대국이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15위, 수출 7위의 경제강국이다.

‘20-50클럽’ 진입의 일등공신은 기업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을 뚫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의 부(富)를 키운 것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다. 이 땅에 기업가 정신의 뿌리가 약했다면 한국은 아직도 국제무대에서 냉대받는 지구촌의 조그마한 분단국가일지도 모른다. 시장경제, 정치 민주화,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국민들의 근면성도 20-50클럽 진입을 앞당긴 요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열이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20-50클럽은 ‘30-50클럽’ 진입을 향한 출발점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이 향후 5년 내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독일 일본뿐인 ‘30-8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8000만명)도 남북한이 통일되면 꿈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발굴, 기술혁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저출산 극복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0-50클럽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인권, 질서, 관용, 기부 등 시민의식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해외 원조 등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더 커져야 한다. 4, 5면에서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진입하게 된 요인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