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허무주의 철학자 쇼펜하워는 “결혼은 외롭다고 느끼는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또 다른 고독감을 안겨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결혼무용론을 설파한 그는 소신대로 평생 독신을 고집했지만 ‘생명창조’라는 결혼의 또 다른 가치는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반면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세기적 주목을 끌었던 시몬 보부아르는 “나에게 제2 인생이 주어진다면 결혼을 통해 또 다른 완벽한 삶을 누리고 싶다”며 결혼예찬론을 폈다.
[Cover Story] 동성결혼은 반인륜적일까
결혼엔 예찬론, 무용론, 해악론이 뒤섞인다. 하지만 누구도 지속적 공동체 번영의 출발점이 결혼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혼으로 사회공동체의 근간인 가족이 세워지고 자녀출산으로 지속번영의 뿌리가 깊어진다. 그렇다고 자녀출산이 결혼의 본질적 가치라고 몰아가는 것은 무리다. 애기를 낳지 못하는 가정, 입양한 가정의 결혼 역시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소위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도 엄연한 시대적 추세다.

동성결혼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반대론자들은 출산이 없는 동성결혼은 원초적으로 불완전할 뿐 아니라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성(性)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고, 사회공동체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한다.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공동체인 가정이 기형적이면 사회전체가 와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성결혼 가정의 입양도 비난한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동성 부모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은 성 정체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92%가 3살 이전에 문화·사회화 과정을 겪는다’(심리학자 타일러), ‘자녀 역할의 첫 모델은 부모다’(심리학자 반두리) 등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들이다.

동성결혼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동성애와 이성애는 평등하다고 강조한다. 선천적인 성 정체성 혼란은 결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해 성적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자유와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정신에도 맞지 않다는 논리다. 옹호론자들은 행복추구권이 동성애와 이성애자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고유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분명한 현실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결혼을 찬성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결혼을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인격과 바로 연결짓는 것은 고정관념이 낳은 또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 4,5면에서 동성결혼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