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치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의회 정치의 근간은 정당이다. 정당은 정권을 잡는 것이 목적이지만 조직과 운영원리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 작은 정부와 큰 정부, 높은 세율과 낮은 세율 등 정당마다 추구하는 목표는 다를 수 있다. 정당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 뿌리가 깊어진다.

[Cover Story] '나만 옳다'는 극단주의…정당정치 시험대 오르다

#의회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한다. 당시의 민주주의는 일반 시민들이 모두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였다. 국민 스스로가 의결기구를 만들고 세금을 거두는 식이었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것은 아니었다. 시민 모두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만큼 현명하고 지혜롭지도 못했다. 이는 ‘얼간이’를 뜻하는 영어 ‘idiot’의 어원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의미하는 ‘이디오테(idiote’s)’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대부분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의회(국회)를 통해 정치행위를 하는 간접(대의) 민주주의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이 만든 정치조직체로 의회 정치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당구조나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추구하는 목적 자체가 선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민주 발전 가로막는 극단주의

민주주의에서 결정 과정은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 다수결이 반드시 선하고 옳은 것도 아니다. 독재국가에선 거의 모든 정치행위가 압도적 다수결로 이뤄지지만 결정의 결과는 옳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복수 정당제도가 원칙이다. 각 정당은 일반 대중이나 이익집단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당의 결집된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는 대변자 역할을 한다. 그런 대변자 역할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때 유권자들의 평가기준이 된다. 대통령이 속한 정당을 여당, 그렇지 않은 당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여소야대(與小野大)는 집권당에 속한 의원이 야당 의원보다 적을 때 쓰는 표현이다.

정당의 정치적 이념은 각각 다르다. 보수성향이 강한 당도 있고, 진보성향이 강한 당도 있다. 경제관도 다르다. 가능한 한 경제를 시장에 맡기고 정부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자는 쪽은 보수주의적 성향이 짙고, 진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복지를 늘리고 평등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보수·진보의 적당한 견제와 균형은 정치발전과 국가발전에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정치적 이념이 극단으로 치닫는 때이다. 극우는 민족적 색채가 강하다. 이민족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개방을 반대한다. 반대 세력에 대한 테러도 서슴지 않는다. 극좌는 사회주의적·공산주의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다. 기존의 것은 무조건 부정하려 한다. 극우·극좌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결 존중해야 민주주의

모든 이해집단을 만족시키는 정치를 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리주의 논리처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정치가 이루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물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언제나 옳고 정의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의회정치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가장 합리적인 구도는 다수결이다. 소수는 다수를 인정하고,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다. 정당의 이념이 크게 다른데도 다수를 점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것은 연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야합’이다.

최근 우리나라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의 행태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기본인 다수결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다. 비당권파 전자투표에서 545명 중 536명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비례대표 총사퇴’를 의결했지만 당권파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공자에게 시와 음악은 일반인의 교양 이전에 정치가가 익혀야 할 ‘전문기술’이었다. 음악의 본질은 어울림이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어우러져 화음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의회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최근 유럽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단주의는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토론해보자.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 발전방안을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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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투표·폭력·막말… 진보당의 자멸 난투극

우리나라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진보당)이 극심한 내홍(내부 분쟁)을 겪고 있다. 발단은 4·11 총선이다. 진보당은 비례대표 후보자(총선 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이 결정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중복투표, 모바일 투표 부정 등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 비리는 주로 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한 소위 당권파 당원들이 주도했다.

비주류 측은 당선된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사퇴시키고 선거 부정을 주도한 당권파가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번 후보만 사퇴했을 뿐 당권파의 핵심으로 지목된 2번과 3번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내부 혼란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진보당은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에 대한 수습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불행하게도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이곳에서 무차별하게 폭행당했다. 당권파의 평당원들은 당의 공식회의를 주재하는 (비주류)대표단을 집단폭행하는 패륜적 행위를 저질렀다. 고함 욕설로 회의를 방해하고 그들이 따르는 공동대표가 퇴장하자 단상에 난입해 다른 공동대표들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평소 진보세력을 옹호하던 사람들도 “진보는 죽었다”고 선언할 정도다. 진보당 최대 지지기반인 민노총조차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진보당은 비당권파 주도로 비례대표 경선자 전원사퇴를 포함한 결의안을 강행처리하고, 공동대표 4명은 모두 물러났다. 진보당은 당분간 혁신비대위 체제로 운영되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워낙 심해 진정한 의미의 ‘한집 살림’은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