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 어느덧 4년이 돼 간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금융위기라는 우울한 그림자를 아직도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전 세계에 금융파워를 과시하던 리먼의 파산은 월가(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뉴욕의 지명)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곪아터진 결과였다. ‘대출=신용’이란 금융의 기본공식은 완전히 무시됐다. 돈 욕심에 취한 투자은행들은 무분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늘렸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리가 오르면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금융부담을 견뎌내지 못했다. 개인파산이 줄을 잇고, 금융회사들이 휘청거리면서 월가는 한순간에 ‘세계금융의 메카’에서 ‘재앙의 진앙’으로 전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탐욕의 산물이다. 투자은행들은 불량대출을 원칙도 없이 늘렸고, 투자자들의 자금을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에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부었다. 탐욕의 대가는 혹독했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론까지 확산됐다. 최근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도 금융회사들의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가 저축은행 사태로 시끄럽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본연의 임무인 저축은행 4곳(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이 지난 6일 무더기로 6개월간 영업정지됐다. 고유 임무를 수행하기엔 부실이 너무 심화된 탓이다. 이로써 불과 1년4개월 만에 자산 규모 1~5위를 포함, 2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됐다.
흥망(興亡)이란 역사의 진리는 기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달려도 꼴찌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스포츠든, 기업이든 그 과정이 얼마나 정정당당했느냐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서비스’라는 사명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회사 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저축은행 회장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단을 보여준다. 저축은행들이 한번에 큰 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소중한 고객의 예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쏟아부은 것이나, 이의 위험성을 알면서 감독을 등한시한 금융당국도 또 다른 형태의 모럴해저드다.
몰락과 위기는 교훈을 준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월가의 금융위기는 탐욕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웠다. 인류의 번영은 수많은 위기가 준 교훈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라.’ 저축은행이 주는 교훈은 아닐까? 4, 5면에서 저축은행의 실태와 예금자보호제도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우리나라가 저축은행 사태로 시끄럽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본연의 임무인 저축은행 4곳(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이 지난 6일 무더기로 6개월간 영업정지됐다. 고유 임무를 수행하기엔 부실이 너무 심화된 탓이다. 이로써 불과 1년4개월 만에 자산 규모 1~5위를 포함, 2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됐다.
흥망(興亡)이란 역사의 진리는 기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달려도 꼴찌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스포츠든, 기업이든 그 과정이 얼마나 정정당당했느냐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서비스’라는 사명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회사 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저축은행 회장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단을 보여준다. 저축은행들이 한번에 큰 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소중한 고객의 예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쏟아부은 것이나, 이의 위험성을 알면서 감독을 등한시한 금융당국도 또 다른 형태의 모럴해저드다.
몰락과 위기는 교훈을 준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월가의 금융위기는 탐욕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웠다. 인류의 번영은 수많은 위기가 준 교훈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라.’ 저축은행이 주는 교훈은 아닐까? 4, 5면에서 저축은행의 실태와 예금자보호제도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