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연은 공연일 뿐 보고 즐기면 그만"
반 "음란하고 엽기적 내용 사회정서 해쳐"
미국의 유명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이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레이디 가가는 노래도 노래지만 각종의 기발한 퍼포먼스와 기상천외한 분장, 의상 등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중스타다. 특히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동성애를 지지하는 내용의 가사, 날고기를 걸치고 등장하는 엽기적 퍼포먼스 등으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런 성향 때문에 공연 전부터 공연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팬들 간에 각종 충돌과 격론이 벌어졌고 공연이 이미 끝난 지금까지도 그의 공연을 허용했어야 하는지, 금지를 시켰어야 하는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레이디 가가의 2012 월드 투어의 시작으로 선택한 이번 서울 공연은 예매기간 중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공연관람등급을 18세 이상 관람가로 조정하면서 더욱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미성년자 관람을 금지시킨 것이 과연 필요했는지, 옳았는지 등을 둘러싸고도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위적인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 공연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레이디 가가처럼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오해와 스캔들을 일으키게 마련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적 보수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사실상 공연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공연등급을 18세 이상으로 조정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 없는 심의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등급판정이 나온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임진모 씨도 “레이디 가가의 진정한 성공은 창의성과 도발성을 재미와 연결시켰다”며 “과감하고 대범하더라도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며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공연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레이디 가가 스스로 학창시절 왕따였는데 이를 극복하고 독창적인 아티스트가 된 것이고 공연은 공연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편다. 레이디 가가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 호에도 앞장서 왔던 만큼 공연은 그냥 공연으로 보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국 가수와 배우들은 요즘 전 세계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문화 수출에 나서고 있는데 레이디 가가 공연과 같은 해외 콘텐츠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면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나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류스타들도 선정적인 댄스무대를 선보이는 흔한 데 유독 레이디 가가에 대해서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분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대해서도 편협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한 젊은이는 공연 반대를 하는 종교계를 향해 ‘종교는 남에게 강요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며 ‘내 맘에 안드니까 너도 보지말라는 식의 떼는 그만 쓰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대
한국교회언론회는 레이디 가가는 사탄이라는 성명과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가가는 각종 엽기적인 공연 행태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피로 물든 고기로 옷을 해 입고 공연을 하기도 하며,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물론 동성애를 권장·지지하고 있다”며 가가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같은 맥락으로 대한민국 문화수호 범 대학청년연맹을 비롯해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공연 당일 공연장 인근에서 공연반대 시위를 벌였다. 윤정훈 목사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는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가사로 공공연히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반성경적이며 기독교를 비하하는 것”이라며 공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가가를 반성경적인 인물이라며 ‘사탄’ ‘악마’에 비유하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왔다.
외국인 중에서도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두고 반대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두 명의 할아버지는 매표소 앞에서 ‘레이디 가가 Go Home’이라는 글씨를 종이에 적고 이번 공연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1인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은 “레이디 가가의 자살퍼포먼스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동성애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좋은 문화 콘텐츠도 많은데 음란하고 사회정서에 반하는 것을 굳이 취하는 이런 공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18세 이상으로 공연등급을 정한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무대의상이라든지 안무가 선정적이고 또 공연프로그램 내용 중 청소년 유해곡으로 지정된 곡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생각하기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레이디 가가의 특이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 퍼포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파격적이고 신선해 찬성’ 26.7%, ‘과한 면은 있으나 이해할 수 있다’ 34.0%,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 24.6%, ‘사회적 문제 야기할 수 있어 반대’ 14.6%로 나타나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레이디 가가 콘서트에 대한 18세 이상 관람가 공연등급 조치가 적절했나?’라는 질문에 ‘적절하다’는 의견이 43.3%로 나타나 28.7%인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지만 미성년자는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쪽의 견해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셈이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여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비교적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문화 개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미성년에 대한 노출에는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측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 부터 33년 전인 1969년 클리프 리처드라는 당시로는 매우 유명한 팝가수가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여성 팬들은 열광했고 공연 중 그가 관객을 향해 던진 땀에 젖은 수건과 휴지를 잡으려고 팬들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런 상황은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관객들의 광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레이디 가가 공연 역시 단순한 찬성 반대보다는 이런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연은 그냥 공연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다만 청소년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아직 우리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반 "음란하고 엽기적 내용 사회정서 해쳐"
미국의 유명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이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레이디 가가는 노래도 노래지만 각종의 기발한 퍼포먼스와 기상천외한 분장, 의상 등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중스타다. 특히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동성애를 지지하는 내용의 가사, 날고기를 걸치고 등장하는 엽기적 퍼포먼스 등으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런 성향 때문에 공연 전부터 공연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팬들 간에 각종 충돌과 격론이 벌어졌고 공연이 이미 끝난 지금까지도 그의 공연을 허용했어야 하는지, 금지를 시켰어야 하는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레이디 가가의 2012 월드 투어의 시작으로 선택한 이번 서울 공연은 예매기간 중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공연관람등급을 18세 이상 관람가로 조정하면서 더욱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미성년자 관람을 금지시킨 것이 과연 필요했는지, 옳았는지 등을 둘러싸고도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위적인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 공연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레이디 가가처럼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오해와 스캔들을 일으키게 마련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적 보수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사실상 공연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공연등급을 18세 이상으로 조정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 없는 심의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등급판정이 나온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임진모 씨도 “레이디 가가의 진정한 성공은 창의성과 도발성을 재미와 연결시켰다”며 “과감하고 대범하더라도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며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공연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레이디 가가 스스로 학창시절 왕따였는데 이를 극복하고 독창적인 아티스트가 된 것이고 공연은 공연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편다. 레이디 가가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 호에도 앞장서 왔던 만큼 공연은 그냥 공연으로 보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국 가수와 배우들은 요즘 전 세계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문화 수출에 나서고 있는데 레이디 가가 공연과 같은 해외 콘텐츠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면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나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류스타들도 선정적인 댄스무대를 선보이는 흔한 데 유독 레이디 가가에 대해서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분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대해서도 편협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한 젊은이는 공연 반대를 하는 종교계를 향해 ‘종교는 남에게 강요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며 ‘내 맘에 안드니까 너도 보지말라는 식의 떼는 그만 쓰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대
한국교회언론회는 레이디 가가는 사탄이라는 성명과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가가는 각종 엽기적인 공연 행태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피로 물든 고기로 옷을 해 입고 공연을 하기도 하며,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물론 동성애를 권장·지지하고 있다”며 가가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같은 맥락으로 대한민국 문화수호 범 대학청년연맹을 비롯해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공연 당일 공연장 인근에서 공연반대 시위를 벌였다. 윤정훈 목사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는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가사로 공공연히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반성경적이며 기독교를 비하하는 것”이라며 공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가가를 반성경적인 인물이라며 ‘사탄’ ‘악마’에 비유하는 과격한 발언까지 나왔다.
외국인 중에서도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두고 반대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두 명의 할아버지는 매표소 앞에서 ‘레이디 가가 Go Home’이라는 글씨를 종이에 적고 이번 공연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1인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은 “레이디 가가의 자살퍼포먼스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동성애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좋은 문화 콘텐츠도 많은데 음란하고 사회정서에 반하는 것을 굳이 취하는 이런 공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18세 이상으로 공연등급을 정한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무대의상이라든지 안무가 선정적이고 또 공연프로그램 내용 중 청소년 유해곡으로 지정된 곡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생각하기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레이디 가가의 특이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 퍼포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파격적이고 신선해 찬성’ 26.7%, ‘과한 면은 있으나 이해할 수 있다’ 34.0%,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 24.6%, ‘사회적 문제 야기할 수 있어 반대’ 14.6%로 나타나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레이디 가가 콘서트에 대한 18세 이상 관람가 공연등급 조치가 적절했나?’라는 질문에 ‘적절하다’는 의견이 43.3%로 나타나 28.7%인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지만 미성년자는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쪽의 견해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셈이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여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비교적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문화 개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미성년에 대한 노출에는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측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 부터 33년 전인 1969년 클리프 리처드라는 당시로는 매우 유명한 팝가수가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여성 팬들은 열광했고 공연 중 그가 관객을 향해 던진 땀에 젖은 수건과 휴지를 잡으려고 팬들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런 상황은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관객들의 광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레이디 가가 공연 역시 단순한 찬성 반대보다는 이런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연은 그냥 공연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다만 청소년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아직 우리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