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마트 혁명…인간은 행복만 할까?
창업한 지 16개월, 직원 수 13명, 사장 나이 26세.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인스타그램’을 만든 미국 작은 기업의 프로필이다. 겉보기에 여느 소기업처럼 초라한 회사지만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1조1400억원)에 인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앱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장이자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은 하루 아침에 4억달러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인스타그램 사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마트 혁명’의 단면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무선통신 및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기존 산업 구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를 이용한 혁신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핀란드에서는 글로벌 휴대폰 1위 업체 노키아가 빠르게 몰락하는 틈새를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메우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프레젠테이션용 소프트웨어 ‘프레지(Prezi)’는 헝가리 출신이 만들었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Siri)’는 향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사무직의 역할이 줄고 있는가 하면, 생산 자동화와 정보기술(IT)의 결합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이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제3의 산업혁명이 오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풍요’가 던져주는 질적인 측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진행 중인 급격한 기술 발전의 어두운 측면도 봐야 한다는 얘기다.

IT 발전으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부를 창출할 기회도 늘었지만 그만큼 빈부격차도 심해졌다. 사무직 업무가 대거 자동화되고 해외로 아웃소싱되면서 자연스레 ‘쓸 만한 일자리’가 줄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받는 계층이 제한되는 ‘디지털 디바이드’도 심각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IT가 새로운 인간 소외 현상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디지털 환경의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에 종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 엘리트가 모든 것을 통제할 것이라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한 소통이 진정한 인간의 소통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지어 구글 등 검색엔진과 집단 지성에 의존하면서 인간의 지적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IT 발전으로 전통적인 ‘인간성(humanity)’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4, 5면에서 디지털 기술이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그 빛과 그림자는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보자.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