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넘은 학교폭력…해법은 없을까?

학교가 폭력으로 얼룩져간다. 폭력·왕따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산실인 학교가 폭력에 멍이 들고 있는 것이다. ‘멍드는 학교’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학생들이 성적 경쟁에 시달려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인성교육의 출발점인 가정에서 부모들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선생님의 교육적 사명감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균형을 잡아야 할 교권과 학생 인권이 학생 쪽으로 기울면서 선생님들의 교육적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우려도 크다. 이유야 어쨌든 분명한 것은 학교 폭력이 일정 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Cover Story] 폭력에 멍드는 학교…치료의 시작은 '바른말 사용'

#학교 폭력에 67만명이 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 1~2월 실시한 전국 초·중·고 폭력실태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전국 1만1363개 초·중·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학교에 일진(一陣·폭력조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서울이 26.9%에 달했다. 4개 학교 중 한 개꼴로 학교에 버젓이 폭력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시·도별로 ‘일진이 있다’는 응답비율은 강원도가 28.8%로 가장 높았고 서울(26.9%), 대전(26.3%), 울산(24.8%) 순이었다. 전남은 18.3%로 가장 낮았다. 전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원(15.1%), 충남(14.8%), 서울(14.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전국의 모든 학생이 조사에 응답했다고 가정할 경우 전국적으로 66만8000여명의 학교 폭력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가운데는 중학교 학교 폭력이 가장 심각하다. 전국 중학생 3명 중 1명(33%)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초등학생(4~6학년 대상)은 23.7%, 고등학생은 11.6%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 일진이 많은 것은 급격한 성장기를 거치는 중학교 때 학생들이 행동을 자제하는 이성이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학교 폭력의 경우 정부차원의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교 폭력대응 시민단체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은 “학교 폭력은 일반적으로 학생들끼리 세력다툼이 많은 중소도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명감·비전이 폭력 줄인다

교과부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공립고의 학교폭력이 사립고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높은 20개 고등학교 중 15곳은 국·공립이고 나머지 5곳만이 사립이었다. ‘실제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비율이 높은 20개 고등학교 가운데서도 국·공립은 16곳이고 사립은 4곳에 그쳤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경우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비율이 59% 대 41%다. 전문가들은 국·공립학교의 폭력이 사립고보다 더 많은 원인을 ‘교사 인사’에 있다고 지적한다. 평균 3년마다 학교를 이동하는 국·공립학교 선생님과 달리 한 학교에서 20~30년 근무하는 사립고 선생님들이 ‘학교의 운명=나의 운명’이라는 일체감이 강해 학생들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선생님들이 더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한다면 학교 폭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취업률이 높은 전문계 고등학교(옛 공고나 상고)가 일반고보다 학교 폭력이 적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률이 높은 전문계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학교 면학분위기가 좋아지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예술고, 자율형 사립고 등은 상대적으로 학교 폭력이 적었다. 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취업, 대학진학 등 비전이 있을수록 폭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성교육의 출발은 '가정'

학생들이 바른말을 쓰면서 폭력도 함께 줄었다는 충북 청운중학교의 사례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조그마한 실천만으로도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학생들의 습관화된 비속어나 욕설이 그들의 심성을 해치고 결국 난폭성을 키운다는 연구사례는 수없이 많다. 언어는 습관이고, 습관은 결국 제2의 천성이 된다. 학생들 스스로 무엇보다 바른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에 대한 배려나 관용의 미덕도 키워야 한다. 친구는 또 다른 나의 얼굴이다. 나로 인해 친구가 상처를 받았다면 내 얼굴에도 흉터가 생긴 셈이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도덕의 학교’라고 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역의 논리도 가능하다. 즉 내가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도덕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이라는 말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세상의 이치다. 바른말을 쓰고, 친구를 보듬고, 비전을 키우면 학교 폭력은 저절로 사라진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우리나라 학교 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토론해 보자.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과 예방책을 생각해보자. ‘가정과 나’라는 주제로 가족에서 나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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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목적 체벌 필요"… 교원 10명 중 9명 '찬성'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적 목적의 체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over Story] 폭력에 멍드는 학교…치료의 시작은 '바른말 사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 19~21일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교원과 전문직 43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체벌 전면금지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교사는 308명(전체의 71%)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학교내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교육과정에서 학생에 대한 체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0.5%는 “교육적 목적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면 금지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9.4%에 불과했다. 10명중 9명은 교육적 체벌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교원 10명 가운데 8명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조치를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적 조치’로 평가했다. 또 96%가 넘는 대다수의 응답자는 체벌 전면금지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체벌 금지가 학교 질서와 기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91.2%가 ‘질서와 기강이 더 무너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벌점제 등 생활지도 메뉴얼이 체벌금지에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물음엔 ‘효과가 없을 것’(71.4%)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