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수위 넘은 학교폭력…해법은 없을까?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대한민국이 광복 직후 폐허의 땅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누가 뭐래도 교육의 힘이었다. 교육이 지식, 창의력, 기술, 리더십,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결과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의 경제성장은 저가 노동력을 대거 투입한 결과”라고 지적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교육의 힘을 간과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는 어떻게 설명할까.

교육의 두 축은 지식과 인성이다. 인간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부흥시키고, 공존의 이치를 터득한 것도 그 근본에는 지식이 깔려 있다. 인성이나 인품은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가족, 친구, 이웃을 대하는 마음의 눈이다. 학교는 지식과 인성이라는 두 축을 잘 조화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백년대계의 산실(터전)인 대한민국 학교가 폭력으로 멍들어 간다.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1만1363개 초·중·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14.2%(서울)가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일진(一陣·폭력조직)이 있다’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폭력·왕따를 견디지 못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우리나라 학교 폭력의 슬픈 자화상이다.

학교 폭력은 거창한 구호만으로는 근절되지 않는다. 학생은 학생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교사는 교사다울 때 학교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충북 청운중학교는 매달 11일 교사와 학생이 높임말을 쓴다. 이른바 ‘세움의 날’이다. ‘사랑의 말’ 사용도 장려하고, ‘언어생활 반성수첩’도 작성한다. 고운말 쓰기라는 작은 실천이 학교 폭력이라는 큰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효과는 컸다. 고운말 사용이 늘면서 교내 폭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같은 반 학생이 친구간 폭력이나 왕따를 중재하는 ‘또래중조’도 학교 폭력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스탈로치는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했다. 학창시절 습관적인 욕설과 폭행이 후에 자신의 천성이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초·중학교 때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69%가 24세 이전에 전과자가 됐다는 연구보고서(노르웨이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는 청소년기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가정은 도덕의 학교’라는 말도 한번쯤 되새겨봐야 하는 문구다. 백년대계 전당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 근절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4, 5면에서 학교 폭력의 실태와 예방책, 인간의 폭력성이 내재적인 것인지 환경의 산물인지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