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약자는 언제나 옳을까?
맹자와 순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대표적 사상가다. 맹자(BC 372?~BC 289?)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고, 순자(BC 298~238)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로 맞섰다. 인간의 덕목도 맹자는 덕(德)을, 순자는 예(禮)를 으뜸으로 여겼다. 두 사상가는 거의 동시대를 살았지만 인간의 근본을 보는 시각은 너무 달랐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배려나 관용 등의 미덕은 성선설에, 시기나 질투 등의 감정은 성악설에 가깝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설파한 맹자는 ‘선한 존재’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네가지 마음, 즉 사단지심(四端之心)을 강조했다. 약자를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그것이다. 한데 세상사에선 측은지심과 시비지심이 종종 갈등을 빚는다. 측은지심이 동정을 함의한다면 시비지심은 냉정에 무게비중이 실리기 때문이다.

세상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측은지심이 너무 개입하면 ‘약자는 항상 옳고 강자는 언제나 악하다’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지기 쉽다. 약자는 단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고 고결하며, 강자는 단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강대국은 항상 포악하고, 부자는 이기적이고, 대기업은 착취적이라는 편견을 심화시킨다. 하지만 강대국, 부자, 대기업이 언제나 그르고 약소국, 소기업, 가난한 자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옳은 것이 옳은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선악의 판단에 맹목적 선입견이 끼어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프렐은 ‘언더도그마’(underdogma·약자가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심리)라는 저서를 통해 ‘약자가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심리가 특정 국가, 특정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촌에 퍼져 있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또 상당수 정치인들은 이런 대중심리를 악용해 선과 악의 경계선을 명확히 긋고 선택을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언더도그마가 극성을 부리면 음모론도 기세를 올린다. 언더도그마를 누그러뜨리고 ‘시비지심’을 회복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떠안아야 할 과제다. 빈부격차를 줄여 약자의 소외감을 덜어주고, 강자들이 도덕성을 회복하고, 관용·배려 등의 미덕이 확산되면 언더도그마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4, 5면에서 언더도그마가 확산되는 배경,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해소 방안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