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돌고래 쇼'는 멈춰야 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의 이 말은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을 ‘인간은 자연적 존재다’로 확대하면 어떨까. 인간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공생하는 존재다. 천연적으로 주어진 (지리적) 자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은 모두 넓은 의미의 ‘자연’이다.

인간과 자연, 그 공존의 지혜는 뭘까. 철학적 해답은 자연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인간으로 인해 자연이 더 자연다워지는 공생의 방정식이다. 하지만 이 철학적 원론이 현실에선 잘 적용되지 않는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는 때때로 갈등을 일으킨다. 천성산 터널공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도롱뇽 지키기’ 논쟁,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야권이나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의 빌미로 삼은 ‘구럼비 바위’ 등은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저서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성장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경제성장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논리가 100%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환경이 더 망가져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원효터널 위 천성산엔 여전히 도롱뇽들이 뛰어놀고, 주말엔 자연의 풍광을 즐기려 4대강 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설명하기 어렵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의 지혜를 찾으면 ‘행복한 동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 논란도 그 하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2일 서울대공원에서 쇼로 인기를 끌던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고 쇼도 잠정 중단시켰다. 서울시는 4·11총선이 끝나는 대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토론을 거쳐 돌고래쇼 존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돌고래를 제주도 앞바다로 돌려보내고 쇼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은 ‘동물복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메시지를 돌고래를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정치적 해석을 넘어 돌고래가 서울대공원을 떠나고 쇼를 중단하는 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최선의 방정식인지는 한번쯤 곱씹어 볼 과제다. ‘돌고래 쇼’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 사는 한 방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4,5면에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 공존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생글기자들은 돌고래 쇼 중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