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는 愛國’…내는 만큼 존경받아야
세금은 나라 살림살이의 버팀목이다. 미래의 비전을 밝혀주는 등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피하고 싶지만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세금이다. 국가나 공동체 발전의 원동력인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은 납세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애국자다. 그들이 있기에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보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고액 납세자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다. 부(富)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것 역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은 민주주의는 물론 시장경제에 근간이 되는 미덕이다. 고액의 납세자가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금은 국가발전의 생명줄
나라를 꾸려가는 데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복지라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방과 치안 등 국가의 존립기반 강화에도 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자체개발이익 등 수익사업으로 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살림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정부는 세금이라는 재원(財源·재정수입의 원천)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 바꿔말하면 세금은 국가살림의 주수입원인 셈이다. 정부의 씀씀이가 헤퍼 지출이 수입(세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초과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파산한다. 돈이 모자라 나라살림을 꾸려갈 수 없게 되고 빚도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부도를 맞는 셈이다. 결국 세금이 국가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구성원은 각자에게 부과된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후손들에게 번영된 미래를 물려주는 핵심 책무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대주주는 기업의 주총에서 발언권이 강해진다. 즉 ‘1주1표’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고액 납세자들의 경우에는 발언권이 높아지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고액 납세자가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 세금 안내는 사람 너무 많아
2010년 기준으로 납세의무자 2039만명(근로소득자 1516만명, 자영업자 523만명) 중 41.1%인 839만명이 면세대상자였다. 면세대상자는 소득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과세기준)에 미달해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을 말한다. 2010년 면세대상자는 2009년보다 27만명이 늘었다. 반면 상위 납세자 4%가 낸 세금은 전체 납세액의 70% 정도에 달했다. 소득이 많아 납세액 자체가 많은 데다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득 상위자(기업 포함)들의 납세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우리사회는 고액납세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액 납세자를 보는 편향된 시각에 대한 책임은 누구보다 정치권이 크다.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1 대 99’라는 대립적 논리를 내세우면서 마치 세금을 많이 내는 1%가 부(富)의 축적과정에서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 기업이나 고소득자의 탈세를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이는 부분이 참인 것을 그 부분들을 결합한 전체에 대해서도 참인 것으로 추론하는 합성의 오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곱지 않다는 것이다.
# 납세와 애국심은 서로 소통
나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차질없이 돌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세금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와 함께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성실 납세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세금은 모두가 함께 누리는 혜택을 늘림으로써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국가의 튼튼한 안보와 국력 신장의 기틀이 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성실한 납세는 바로 애국이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서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것도 세금의 힘이다. 미국에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있다. 미국 정부도 고액 납세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등 상응한 우대를 해주고 있다. 조세회피처를 차단하고 탈세를 막아 세원(稅源·세금을 매기는 바탕이 되는 소득이나 재산)을 확보하고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성실·고액납세자를 존경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술 포인트>
세금은 국가나 공동체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토론해 보자. 고액 납세자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우리사회 일부에서 이들을 왜 편향된 시각으로 보는지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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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권리, 시민들이 직접 찾는다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대가로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갖는다. 정부가 어떻게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매년 3월3일인 ‘납세자의 날’도 시민운동이 낳은 성과다. 이날은 국세청 발족일로 원래 ‘세금의 날’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시민단체들이 ‘조세의 주체는 국민, 즉 납세자여야 한다’며 강력히 개정을 요구해 1973년부터 ‘납세자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납세자 시민운동 단체는 한국납세자연맹이다. 2001년 발족한 이 단체의 회원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세청이 아무리 불합리한 일을 저질러도 항변하기 어렵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며 “지난 몇 년 새 납세자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일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은 그동안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당하게 징수당한 세금을 돌려받는 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해외에서도 납세자 시민 운동이 활발하다. 독일납세자연맹은 1949년 설립됐으며 현재 회원 수가 40여만명에 달한다. 매년 평균 300억유로(40조원) 규모의 예산낭비 사례를 적발해 이를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납세자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1988년 세계납세자연맹(WTA)을 결성했다. 참가 국가는 총 41개국에 달한다. 납세자가 세금의 파수꾼일 때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다.
세금은 나라 살림살이의 버팀목이다. 미래의 비전을 밝혀주는 등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피하고 싶지만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세금이다. 국가나 공동체 발전의 원동력인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은 납세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애국자다. 그들이 있기에 지속가능한 미래가 담보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고액 납세자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다. 부(富)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것 역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은 민주주의는 물론 시장경제에 근간이 되는 미덕이다. 고액의 납세자가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금은 국가발전의 생명줄
나라를 꾸려가는 데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복지라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방과 치안 등 국가의 존립기반 강화에도 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자체개발이익 등 수익사업으로 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살림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정부는 세금이라는 재원(財源·재정수입의 원천)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 바꿔말하면 세금은 국가살림의 주수입원인 셈이다. 정부의 씀씀이가 헤퍼 지출이 수입(세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초과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파산한다. 돈이 모자라 나라살림을 꾸려갈 수 없게 되고 빚도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부도를 맞는 셈이다. 결국 세금이 국가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구성원은 각자에게 부과된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후손들에게 번영된 미래를 물려주는 핵심 책무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대주주는 기업의 주총에서 발언권이 강해진다. 즉 ‘1주1표’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고액 납세자들의 경우에는 발언권이 높아지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고액 납세자가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 세금 안내는 사람 너무 많아
2010년 기준으로 납세의무자 2039만명(근로소득자 1516만명, 자영업자 523만명) 중 41.1%인 839만명이 면세대상자였다. 면세대상자는 소득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과세기준)에 미달해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을 말한다. 2010년 면세대상자는 2009년보다 27만명이 늘었다. 반면 상위 납세자 4%가 낸 세금은 전체 납세액의 70% 정도에 달했다. 소득이 많아 납세액 자체가 많은 데다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득 상위자(기업 포함)들의 납세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우리사회는 고액납세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액 납세자를 보는 편향된 시각에 대한 책임은 누구보다 정치권이 크다.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1 대 99’라는 대립적 논리를 내세우면서 마치 세금을 많이 내는 1%가 부(富)의 축적과정에서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 기업이나 고소득자의 탈세를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이는 부분이 참인 것을 그 부분들을 결합한 전체에 대해서도 참인 것으로 추론하는 합성의 오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곱지 않다는 것이다.
# 납세와 애국심은 서로 소통
나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차질없이 돌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세금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와 함께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성실 납세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세금은 모두가 함께 누리는 혜택을 늘림으로써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국가의 튼튼한 안보와 국력 신장의 기틀이 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성실한 납세는 바로 애국이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서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것도 세금의 힘이다. 미국에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있다. 미국 정부도 고액 납세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등 상응한 우대를 해주고 있다. 조세회피처를 차단하고 탈세를 막아 세원(稅源·세금을 매기는 바탕이 되는 소득이나 재산)을 확보하고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성실·고액납세자를 존경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술 포인트>
세금은 국가나 공동체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토론해 보자. 고액 납세자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우리사회 일부에서 이들을 왜 편향된 시각으로 보는지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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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권리, 시민들이 직접 찾는다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대가로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갖는다. 정부가 어떻게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매년 3월3일인 ‘납세자의 날’도 시민운동이 낳은 성과다. 이날은 국세청 발족일로 원래 ‘세금의 날’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시민단체들이 ‘조세의 주체는 국민, 즉 납세자여야 한다’며 강력히 개정을 요구해 1973년부터 ‘납세자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납세자 시민운동 단체는 한국납세자연맹이다. 2001년 발족한 이 단체의 회원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세청이 아무리 불합리한 일을 저질러도 항변하기 어렵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며 “지난 몇 년 새 납세자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일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은 그동안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당하게 징수당한 세금을 돌려받는 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해외에서도 납세자 시민 운동이 활발하다. 독일납세자연맹은 1949년 설립됐으며 현재 회원 수가 40여만명에 달한다. 매년 평균 300억유로(40조원) 규모의 예산낭비 사례를 적발해 이를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납세자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1988년 세계납세자연맹(WTA)을 결성했다. 참가 국가는 총 41개국에 달한다. 납세자가 세금의 파수꾼일 때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