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납세는 愛國'…내는 만큼 존경받아야
세금과 죽음의 공통점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세금과 죽음은 사람이 살면서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운명이라는 얘기다. 죽음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라면 세금은 공동체 번영에 필수다. 한마디로 세금은 인류 번영의 주춧돌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대해 이용자인 국민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국방, 치안, 소방, 도로, 항만 등은 대표적 공공서비스다. 의료비 지원, 초·중학생 의무교육, 무상급식, 사회적 약자 지원 등도 세금이 재원(財源·재정 수입의 원천)이다. 이 모든 국가의 고유 기능이 세금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중심에는 세금이 자리한다.

‘죽음처럼 세금도 피할 수 없다’는 속담은 국가 공공서비스의 운용자금을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납세자가 국가 운영의 주인인 셈이다. 또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을 소중히 다뤄야 할 책임이 있다. 최근 인천시가 공무원들에게 수당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하고, 부산 대구 등 몇몇 대도시가 재정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재정 고갈 위기에 몰렸다는 뉴스가 나도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국익을 위해 지혜롭고 소중히 다루지 못한 결과다.

세금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거두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을 부과할 때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의 경우 근로소득자 592만명, 자영업자 247만명 등 840만명(납세의무자의 약 41%)이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물론 소득이 적어 법적으로 세금을 면제받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의로 납세의무를 어기고 탈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국가의 공공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무임승차자’들이다. 무임승차자들이 많으면 국가의 버팀목은 그만큼 허약해진다. 세금은 공공재 운용의 재원이다. 결국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다.

기업인이나 자영업자, 근로소득자 모두 세금을 통해 국가의 주춧돌을 튼튼히 하는 주역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주의적인 선거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이 과연 세금은 어느 정도 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국가에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납세라는 국민의 의무는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4, 5면에서 납세자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논란이 한창인 복지와 세금 문제를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