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서울서  열리는 '안보외교 올림픽'…화두는 '핵물질 폐기'

핵안보정상회의 뭘 논하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한마디로 ‘안보외교 올림픽’이다. 핵안보가 핵심 주제지만 전 세계에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북핵으로 야기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요인으로 한국경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해소도 기대된다. 원전 수주 등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 핵물질 폐기 등과 함께 북한의 로켓발사,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최근의 한반도 이슈도 집중 논의대상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6, 27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은 53개국 정상급 인사와 유엔 유럽연합(EU) 등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려한 외교의 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은 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참석해 안전한 핵관리에 지혜를 모은다. 유럽에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의 선거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하지만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 주제 마누엘 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이 참석해 안전한 핵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하고 핵안보정상회의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임기 첫해인 200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바마 아젠다’로 불리기도하는 이유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탈북자의 북한 강제송환, 희토류 수출제한 갈등 등 민감한 현안으로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한다. 국경을 접하고 치열한 핵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도 핵안전을 다루는 토론장에서 머리를 맞댄다. 핵무기의 존재 여부에 대해 ‘NCND’(부정도 시인도 하지 않음) 입장을 유지해온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대신 단 메리도르 부총리가 참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 기간에 20여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핵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 핵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핵물질과 원전 등 핵관련 시설의 안전강화 등이다. 주요국 정상들은 다양한 양자 및 다자회담을 통해 핵안보 방안을 논의하지만 초점은 핵물질의 폐기다.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수십t의 고농축우라늄(HEU)이 제거됐다.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보통 HEU 25㎏이 소요되므로 잠재적 핵무기 1000여개가 제거된 셈이다. 하지만 서울 정상회의의 목표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핵무기 2만여개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플루토늄(핵무기 한 개에 8㎏ 정도 소요)과 HEU를 감축하기로 합의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20일 언론과의 특별인터뷰에서 “핵무기 2만개를 만들 핵물질 폐기가 서울선언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으로 바꾸고 무기급 핵물질을 없애는 데 노력하겠다”며 “한국은 신재생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원자력을 징검다리로 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핵물질이 테러에 사용될 수 없도록 전 세계의 ‘무기급 핵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회의에선 핵·방사능 물질의 불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더욱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원자력 안전 강화도 핵심 안건이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정상급 행사다. 예산만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그 돈을 일자리 창출 등 다른 곳에 썼으면’ 하는 반대론자도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떠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기대만큼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다 해도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에 안보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서울에 모인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한국 안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상회의로 국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 원전 수출, 핵안전산업 활성화 등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핵 리스크로 항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가 서울에서 핵안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금융불안 등 경제위기에도 믿음을 주는 일종의 보험 구실도 한다”고 강조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격년제로 개최되며 3차 회의는 2014년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술 포인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주요 주제들을 토론해 보자. 핵안보정상회의 의미와 주최국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해 보자. 핵안보와 핵군축, 핵비확산의 의미차이를 알아보고 이를 위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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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남쪽으로 발사" … 北 또 협박카드

[Cover Story] 서울서  열리는 '안보외교 올림픽'…화두는 '핵물질 폐기'
북한이 다음달(12~16일 사이)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남북한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광명성 3호 발사는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 이후 꼭 3년 만에 이뤄진다. 북한의 광명성 발사는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미국에 ‘대북영양 지원’ 등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고, 4·11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도 있어 보인다.

국제사회 반응은 냉담하다. 중국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에 수차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의 광명성 발사가 지난달 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도출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유예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핵무기 운반용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1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2’ 축사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발표는 대단히 실망스럽지만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성명 발표가 나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 로켓 발사저지를 위한 국제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