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포퓰리즘의 ‘덫’ … 세금은 누가 내나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속담은 세상살이의 많은 것을 함의한다. 귀에 달콤한 말이 삶엔 그리 유익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때론 따스한 위로보다 따끔한 훈계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자극제가 된다.

우리 사회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논란이 뜨겁다. 포퓰리즘이란 말은 제정(帝政) 러시아 시절 ‘브나로드(Vnarod·인민 속으로)’에서 유래했다. 알렉산드르 2세의 자유주의적 개혁이 실패하자 지식인들이 농촌의 부활은 러시아의 살길이라며 내건 구호다. 원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꿈꾼 이상주의자들의 슬로건이었지만 정치가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경제 현실을 무시한 채 겉만 그럴듯한 선심정치를 앞세우는 것으로 뜻이 변했다. ‘표(票)퓰리즘’이란 패러디가 나도는 이유다.

포퓰리즘의 전형은 복지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다수의 표를 노리고 소수를 압박하는 것도 포퓰리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초·중학교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장병 급여 인상, 취업준비수당,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의 공약을 연일 쏟아낸다. 부산지역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현지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예외적으로 보호해주자는 ‘저축은행 특별법’은 국회 표결에서 일단 유보된 상태지만 포퓰리즘의 극단을 보여 준다.

포퓰리즘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명분과 현실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존재한다. 복지가 명분이면 재원(돈)은 현실이다. 복지라는 명분을 논하려면 재원이라는 현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7월 태국 총선에서 잉락 친나왓의 푸어타이당은 ‘최저임금 40% 이상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무려 9%나 감소했다. 한때 잘나가던 아르헨티나·필리핀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도 포퓰리즘이었다. 빚더미에 눌려 허우적거리는 그리스에서 ‘복지 축소 반대’ 외침이 연일 울려퍼지는 것은 포퓰리즘의 관성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쏟아낸 각종 복지정책을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대 340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치다. 막대한 예산도 문제지만 이러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부자나 기업을 사회의 적으로 몰아 세우는 것은 국가 장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4, 5면에서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포퓰리즘의 현실을 살펴보고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망가진 해외 사례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