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 모른척하는'반쪽 大國' # 체제 안정이 우선인 중국
#'차이나 모델'이 세계 이끌까
[Cover Story] 인권 외면하는 중국…  글로벌 리더 맞아?
“중국 공안(경찰)에 붙잡혀 국경에서 북한의 보위부 요원들에게 넘겨지면 먼저 짐승이 돼야 합니다. 보위부 요원들은 ‘너희는 이제부터 개다. 앞으로 머리 숙이고 땅만 보며 다녀라’라고 말합니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 중국위원회(CECC)가 주관한 탈북자 청문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증인으로 나온 한송화 씨와 딸 조진혜 씨의 증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씨는 1990년대 말 굶주림이 극심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먹을 것을 찾아 탈북을 감행했다. ‘굶주림과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탈북한 한씨는 중국 공안에 적발, 모두 4차례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 노동단련대로 보내졌다가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는 중국이 커진 경제력만큼 세계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존중 없이는 결코 지구촌의 많은 나라를 이끄는 대국(大國)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앞. 박선영·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 서경석 목사 등 시민단체와 각계 인사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 난민들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매우 슬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리더이자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 국가로 발돋움한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세계의 존경받는 리더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미국도 지난 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개적으로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오테로 미 국무 차관은 “제3국에서 이뤄지는 북한 난민, 망명자 처리와 관련한 한국의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5일 탈북자 북송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사면위원회(AI) 등도 중국 정부에 탈북자 북송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적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중국 정부에 체포된 탈북자의 보호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난민들도 탈북자 강제 북송 저지 캠페인에 나섰다.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서 온 외국인 난민들은 지난달 26일 중국 대사관에서 모여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캠페인에 참가했다. ‘외국인 난민’은 정치적, 종교적 박해로 인해 본국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이 같은 국제 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 입국자(월경자)로 규정하고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보는 느낌이다.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은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 정치화 난민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법은 불법 출입국과 관련한 형사 범죄와 밀입국자들로부터 자국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기본 태도는 체제 안정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 북한에서 가혹한 처벌과 고문을 받든 말든 중국의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는 태도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은 후순위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가 화두가 됐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식 사회·경제 발전 모델(전략)이란 의미다. 하지만 베이징 컨센서스가 미국 주도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서 세계를 이끌 지도이념이 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게 학자들의 평가다. 첫째는 베이징 방식을 다른 나라들도 과연 따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보편성 문제). 탈북자 강제 북송에서 보듯 공산당 일당체제는 자유 평등 인권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체제와는 다르다. 인간의 기본권을 중시하지 않는 모델이 보편성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하나는 차이나 모델이 지금까지는 효과적이었지만 앞으로도 효력이 있을지 여부다(지속성 문제). 옛 소련이나 동구 공산권 국가의 몰락에서 보듯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 발전엔 한계가 있다. 중국내에서조차 국가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에선 시장의 기초인 자유, 재산권, 기업가정신이 결핍된 상태”라며 국가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탈북자의 처리 문제는 중국이 인도주의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선량한 구성원이 될지, 아니면 강압적으로 자신들의 국익을 관철시키는 불량자가 될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중국식 국가발전 전략인 ‘베이징 컨센서스’와 그동안 세계를 이끌어왔던 미국 주도의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내용을 알아보고 장·단점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베이징 컨센서스가 보편성과 지속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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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센서스 vs 워싱턴 컨센서스

[Cover Story] 인권 외면하는 중국…  글로벌 리더 맞아?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는 미국의 정치학자인 조수아 쿠퍼 라모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중국식 국가발전 전략인 ‘베이징 컨센서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정립돼 있진 않은 상태지만 대체로 △공산당 일당체제 △국가와 민간의 혼합소유체제(국가자본주의) △실용주의 △대외적 불간섭주의 등이 특징으로 거론된다. 베이징 컨센서스의 위상이 세계를 이끌 지도이념으로까지 높아진 건 중국의 고도성장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이나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각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적재산권의 보호에 기반한 시장경제는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베이징 컨센서스는 △보편성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국가발전 전략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비해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는 미국이 세계질서(팍스아메리카나)를 이끌어온 이념으로 경제활동의 자유·개방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와 정치적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존 윌리엄슨이 1989년 자신의 저서에서 남미 등 개도국에 대한 개혁 처방을 ‘워싱턴 컨센서스’로 명명한 데서 유래됐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소득 양극화라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지만 인권을 고양하고 인류 삶의 질을 크게 높인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