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학생 인권조례,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와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지난달 26일 공포됐다. 이로써 서울은 16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도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에 이어 세 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선포한 지역이다. 51개 조항으로 이뤄진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128만명의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생들은 이미 적용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조례 공포를 계기로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주도한 조례는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가처분과 위헌 소송에 휘말렸다. 교과부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진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조례의 효력은 정지된다.

또 조례의 개별 내용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와 교사 단체들의 집회 시위도 날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 자신도 ‘교육감 선거’ 재판에서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터여서 표면상 떳떳하지 못한 난처한 지경이다.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에서 물러나야 하고 그럴 경우 조례의 운명도 달라진다.

1280여개 일선 학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당장 조례에 맞춰 학칙을 개정하라’는 곽 교육감의 지시와 ‘교과부의 명령 없이는 학칙을 개정하지 말라’는 정부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찬반으로 나뉘어 자칫 학내에서 찬성 시위와 반대 시위가 벌어질 판이다. 조례 공포로 학생들은 집회를 열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은 거의 모두 학생인권조례의 대의명분인 학생인권 존중과 향상에 대해서 찬성 의견을 보였다. 시대 변화와 신체 발육, 문화의 발달에 맞춰 학생인권과 자율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데는 이구동성이었다. 하지만 개별 조항, 즉 각론에서는 이견이 첨예했다.

조례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조례 제정에서 나타난 절차상, 법률상 잘못과 학교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개별 조항을 비판한다. 대표적인 조항이 제5조 임신 출산 등과 관련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부분이다. 반대 교사들은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고 미국문화처럼 개방적이지도 않은 한국문화에서 마치 임신을 해도 학교에서는 아무런 대응을 못한다는 듯한 신호를 조례를 통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는 원론으로 맞대응한다. 양측의 논리가 어떻든 학교는 뒤숭숭하다. 사전에 교육 이해당사자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 간 의견 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노선 경쟁에만 집착한 탓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4,5면에 걸쳐 학생인권조례의 내용과 학생들의 찬반 의견을 싣는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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