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식으로 포장된 엉터리 정보들… 진실을 비틀다
인터넷 사이버공간에서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인터넷 지식검색엔 거짓·엉터리 정보가 버젓이 ‘지식’으로 포장해 이용자들을 현혹시킨다. 이런 엉터리 정보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경우가 많아 지식검색을 주로 활용하는 청소년들, 특히 독자적 판단능력이 약한 초·중·고생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잘못된 정보는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궁극적으론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 정답과 오답이 뒤죽박죽

인터넷 포털이 운영하는 ‘지식검색’은 이용자가 질문을 올리면 답변을 알고 있는 다른 이용자들이 답글을 올리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의약·법률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올리는 글은 신뢰성이 높아 큰 도움이 된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 역사적 사실, 문학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지식검색이 주는 매력이다.

문제는 지식검색에 올라온 정보들이 정답과 오답이 뒤섞여 뒤죽박죽이라는 점이다. 초·중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니어네이버의 지식검색 화면엔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한·미 FTA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있다. 아이디 sojuxxxx를 쓰는 네티즌이 답변을 올렸다. “농민들은 아예 농사지을 생각 안하게 됨. 결국 우리 국민은 밥을 굶게 됨. 스크린쿼터 폐지 때문에 우리나라 영화 완전히 망함. 가난한 사람이 병 걸린다는 건 바로 사형선고와 마찬가지. 죽어나가는 사람도 꽤 될 것임.” 과장되고 왜곡된 이런 정보는 네이버 다음 등 지식검색 서비스에서 끊임없이 복사되고 확산된다. 확산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할수록 진실이란 포장이 덧씌워진다. 왜곡이 진실을 억압하는 아이러니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 이념으로 편향된 답변들


“(문)소를 끓여먹으면 광우병에서 안전하가요?” “(답)광우병 인자는 600도의 열로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며 타액으로 감염되므로 연인과의 키스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문)KAL기 폭파사건 조작이라는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요?” “(답)진실은 암흑속에 있습니다. 그들이 죽지 않는 한 절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많은 의혹이 있어서… 함부로 말하진 못하겠네요.” “(문)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무엇인가요?” “(답)남북 모두 들어갈 수 없었던 비무장지대에 남측이 무장한 채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려했습니다. 이를 보고 화가 난 인민군이 달려들었는데 우리 군인이 도끼를 인민군에게 먼저 던진 사건입니다.”

지식검색 서비스에 올라온 엉터리 답변의 대표적 사례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치적 이념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권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슈들은 단편적 사실을 부풀리거나 축소하고, 이념적으로 덧칠된 답변들이 판을 치기 일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일수록 급속하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또 이념적인 내용일수록 허위정보가 진실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광우병, KAL폭파, 아웅산테러, 6·25전쟁 등은 상대적으로 거짓정보가 많은 주제들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용자들이 고의적으로, 혹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왜곡된 정보를 올리는 것이다.

# 인터넷 지식 정화 필요

인터넷 지식검색은 분명 ‘정보의 보고’다. 거짓정보가 확산되고 인위적으로 왜곡시킨 가짜 진실이 떠돌아 다니지만 지식검색은 현대인에게 여전히 유용한 지식의 도구다.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인터넷 이용자 830명 중 78%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식검색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주 3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도 42%에 달했다. 지식검색 신뢰도는 49%에 달해 ‘신뢰하지 않는다’(5%)를 압도했다.

하지만 왜곡되고 자극적인 정보가 더 빨리 확산되고, 더 광범위하게 퍼진다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 포털의 지식검색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질문자가 선택한 답변이 가장 위에 배치되고 네티즌들의 추천을 많이 받을수록 위에 올라온다. 위에 자리할수록 당연히 노출빈도가 높아져 확산 가능성도 커진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글이라도 노출빈도가 높아지면 사회 이슈로 떠오르게 되고,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지식검색의 본질은 클릭 수보다 정보의 정확·유용성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사이버공간을 집단지성의 발원지와 잘못된 정보의 온상이라는 두 가지 시각을 가지고 각각의 논리를 전개해 보자. 포털 지식검색의 올바른 방향을 생각해 보고 나름의 견해를 정리해 보자. 사이버공간의 자정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도 토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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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떠도는 근거없는 의약정보 조심!

의사들, 오류 바로잡느라'골치'

[Cover Story] 지식으로 포장된 엉터리 정보들… 진실을 비틀다
인터넷은 잘못된 의약정보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근거없는 의약정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포털 사이트 지식검색 서비스에 떠도는 근거 없는 의약정보의 대표적 케이스는 ‘아스피린팩’이다. 아스피린으로 마스크팩을 하면 각질이 제거되고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것이 골자다. “아스피린을 물에 녹여 바르면 (여드름 등이) 없어진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쬐끔 따갑긴 했는데요…어제가 3일째로 여드름이 가라앉고…아마도 효과있을 거예요”라는 답글이 올라있다. 아스피린에 대한 이런 정보가 급속히 확산되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스피린,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자료까지 발간했다. 아스피린을 바른 마스크팩이 만성 두드러기, 발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니 절대 금해야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 치료제나 식욕억제제, 단백통화스테로이드제 등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 역시 ‘공부 잘하는 약’ ‘살빼는 약’ ‘몸짱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오·남용돼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진통·해열제인 게보린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약사나 의사들은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부 의약품이 본래의 용법과 달리 다이어트나 피부미용 등의 목적으로 잘못 쓰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 떠도는 근거없는 의약정보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