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뿌리 깊은 세금 논쟁… 증세 vs 감세
루이 14세(1638~1715) 때의 일이다. 당시 프랑스 재정담당 장관인 실루엣은 나라 살림살이에 필요한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재정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그에게 프랑스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이 화를 불렀다. 심지어 사람들이 숨쉬는 공기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악수를 둠으로써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들마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과도한 세금에 시달린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고, 그는 불과 몇 달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때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짧은 임기에 그친 그의 이름을 ‘지나가는 그림자’라는 뜻으로 사전에 실었다. 오늘날 실루엣이라는 말은 이렇게 탄생했지만 어원에 관한 에피소드는 ‘지나친 과세는 오히려 성실 납세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세금은 공동체 번영의 주춧돌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복지라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경제를 적절히 발전시키는 것이 세금이다. 국민들이 국방과 치안, 도로 항만 교통 전력 등 각종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가 바로 세금이다. 납세는 의무다. 도덕처럼 권장되는 미덕이 아닌 공동체의 구성원이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세금은 처음부터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었다. 성경에 따르면 세금은 백성들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필요에서 지도자에게 부과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시작됐다. 후에 나라살림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오늘날처럼 강제 징수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세금은 공공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무이자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셈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했다.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는 의미다.

세금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어느 정도 거둬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 등 공공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는 증세론자와 공공 서비스를 가급적 시장에 맡기고 세금은 조금만 거두자는 감세론자들이 대립한다. 증세론자들은 큰 정부를, 감세론자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소위 ‘부자세’를 신설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경제학자 아서 레퍼는 세율을 높이면 납세자들이 세금이 부과되는 경제행위를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증세냐 감세냐의 논쟁은 역사가 오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이익이나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셈법에 따라 세율이 오르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재산인 세금은 공동의 번영을 위해 올바르게 쓰여져야 한다. 4, 5면에서 우리나라 세금 논란과 세금의 역사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