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재정위기· 자연재해 …  '지구촌이 요동치다'
2011년 지구촌에는 공포와 슬픔이 엄습했다. 유럽 재정위기는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고, 일본열도를 흔든 대지진과 태국 대홍수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지난 10월에는 IT로 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영원한 권력을 유지할 것 같았던 무아마르 카다피 등 독재자들이 권좌에서 물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


# 재정위기

[Cover Story] 재정위기· 자연재해 …  '지구촌이 요동치다'
동유럽과 남유럽을 휩쓴 재정위기가 2011년에는 유럽 중심부까지 번졌다.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전체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으며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통합도 흔들리고 있다. 작년 5월부터 본격화된 유럽 재정위기는 올해 초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지난 5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지난 10월 유럽 지도부 간 이견이 빚어지면서 1차 구제금융 6차분 지급이 연기됐고 그리스는 부도 턱밑까지 갔다. 결국 10월 말 EU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자 재정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프랑스까지 위험국가 리스트에 등장하면서 공포는 더욱 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재스민혁명

2011년은 수십년간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들이 줄줄이 쓰러진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실각부터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까지 독재자 6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동의 독재자들은 ‘아랍의 봄’으로 연달아 쓰러졌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소규모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변했다. 결국 23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월 물러났다. 30년간 이집트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2월 실각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1978년부터 예멘을 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도 지난달 사퇴 압박에 굴복해 33년간 독점했던 권좌에서 물러났다. 2000년 권좌에 오른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불복하는 바람에 유혈사태를 촉발했다. 체포된 그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구금돼 있다. 42년간 철권통치로 악명 높았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치열한 내전 끝에 10월20일 시위대의 총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 자연재해

지난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도호쿠 지역 인근 해저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났다. 곧이어 높이 10가 넘는 쓰나미가 해안 지역을 삼켰다. 건물과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떠내려갔다.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본TV 앵커의 참담한 멘트에 세계인은 망연자실했다. 사망자 1만5841명, 실종자 3493명 등 총 2만여명이 희생됐다. 피난 주민은 33만명에 달했다. 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일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쳤고 원전 건물이 폭발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된 이 사고로 발전소 인근 20㎞는 아직도 출입이 금지돼 있다.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조기 퇴진했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재무상이 새 총리로 부임했다. 대지진은 일본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줬다. 불안심리에 엔화가 급등해 주요 7개국(G7)이 시장에 개입했고 부품공급망이 붕괴됐다. 일본은 31년 만에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잡스 사망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상을 바꾼 남자,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5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그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잡스의 전기는 발매된 지 두 달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1976년 자신의 집 창고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공동 창업했다. 이듬해 개인용 PC인 애플2를 선보이며 PC 대중화를 이끌었다. 1985년에는 실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자신이 애플에서 쫓겨나는 시련을 맞기도 했지만 1996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회사에 구원 등판했다. 이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았고 ‘애플시대’를 열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혁신’을 상징했다. 후계자인 팀 쿡이 애플을 이끌고 있고 창의적 디자인에 관한 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SVP)이 버티고 있지만 잡스가 떠나면서 애플의 위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 월가 시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9월 자본주의 모순을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반(反)월가 시위대는 “월가를 점령하라.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금융권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뉴욕 주코티 공원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는 두 달 가까이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월가를 행진했다. 시위대의 외침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미국 사회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월가 시위는 미국 전역은 물론 이웃국가인 캐나다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월가 시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력 부족으로 결국 사그라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양극화 현상과 금융권의 탐욕이 앞으로도 자본주의 사회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국의 선거가 집중된 2012년에도 분배와 고통분담이 핵심이슈가 되면서 2011년 월가시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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