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다문화사회 문턱 넘은 한국… 관용의 미덕 보여야
우리나라도 다문화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한국에 거주하는 귀화자 및 외국인은 14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7% 정도다. 프랑스(8%대)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비율이지만 다문화 국가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다문화는 유럽보다 종교 등 갈등요인이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마찰 요인이 내재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자리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다문화 갈등을 증폭시키는 복병이다.

* 외국인 200만명 시대 성큼

우리나라는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2000년 49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8년 115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현재는 140만명도 돌파했다. 10년 남짓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전체 인구의 3.5%인 160만명에 달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만명 돌파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지난 3년간 다문화가족 학생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1159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외국 인력 유입은 중소기업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려는 목적이 컸다. 내년에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외국인 노동력은 무려 11만명이나 된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중국에 사는 조선족 처녀들이 농촌 총각들과 가정을 꾸미게 되었고 시골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족이 점차 늘어났다. 한국의 시골 총각과 결혼하는 베트남 필리핀 여성 등이 늘어나면서 시골에서는 다문화가족이 일반가정보다 많은 진풍경도 빚어졌다. 이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결혼이민, 난민, 외교 통상 관계자, 비즈니스맨, 외국어 강사, 문화 예술인, 유학생 등 다양한 모습의 다문화사회를 이루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다문화가족의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에는 한국인과 결혼해야 다문화가족으로 인정됐지만 ‘인지로 국적을 취득한 자와 외국인으로 이뤄진 가족, 귀화자와 귀화자로 이뤄진 가족’까지로 범위가 확대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한마디로 코리아에서 ‘더 나은 삶’을 찾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20세기엔 한국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이제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동남아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 한국은 ‘희망의 땅’인 셈이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한류가 코리안드림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지사지(易之思之)를 되새기게 하는 변화다. 우리가 이들을 따스하게 포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다문화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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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이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다문화가족 엄마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기가 너무 어렵다” “자기 나라에서 배울 만큼 배운 사람도 한국에 오면 어린이 취급을 받는다”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지난 9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을 위한 2011 서울타운미팅’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쏟아낸 고충들이다.

사실 외국인들의 국내 유입 물꼬는 우리가 필요해서 터줬다. 1980년대 후반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가 결정적 계기였다. 김준식 아시아프렌즈 이사는 “우리가 이주자들을 받아들인 것은 서구사회처럼 우리의 필요 때문이었다”며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면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국내 경기 침체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예전같지 않다. 동남아 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3D업종(위험하고 비위생적이고 힘든 일)이 내가 하기는 싫고 외국인에게 주기엔 아까운 일자리가 된 것이다. 반(反)다문화를 내건 카페가 10여개 이르고 회원 수만도 7000명을 넘는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박복덕 한림성심대 다문화연구소장이 강원도 내 다문화가족 아동 1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41%가 ‘한국인이기도 하고, 외국인이기도 하다’고 응답, 정체성에 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거리 1순위는 학업(40.0%)이 가장 많았으며 10%는 놀림과 따돌림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다문화사회의 정착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글로벌시장으로 한창 뻗어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다문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문화주의의 본질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만 상충되지 않는다면 다른 인종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는 시각은 외국인이 700만 해외거주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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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시선으로 이주자 봐줬으면..."

영화 '완득이' 엄마 이자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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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이 화제다. 이자스민은 필리핀 미인대회 출신으로 의사 과정을 밟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현재는 귀화한 한국인이다. 그는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다. 그가 하는 일은 서울시 산하 8개의 다문화센터 관리와 홍보 등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상담도 한다. 한국어와 영어에도 능통해 다문화 관련 주요 행사의 ‘단골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이자스민은 ‘완득이’ 외에 ‘의형제’에도 출연 경력이 있어 900만 흥행배우로 인기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생활 17년차인 그의 서울에서의 삶은 그리 녹녹지 않다. 장차 의사가 될 촉망받는 재원 이자스민의 결혼 자체도 순탄치 않았다. 결혼식에 한쪽 부모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만 믿고 건너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나름 행복했다. 먼 나라까지 배를 타던 남편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본업을 이어갔다. 드라마를 보며 맥주 한 잔을 나누는 소소한 행복을 쌓아갔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지난해 남편이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다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는 한국인의 ‘정’을 강조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때 어디를 찾아가든 외국인인 제게 호기심을 보이며 많이 도와주셨어요. 한국의 정이라는 단어가 어떤 것인지 그때 실감했지요” 하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외국인 이주자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각종 미디어에서 이주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조명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정이 담긴 따스한 시선으로 이주자들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따스한 시선으로 이주자 봐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