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원조의 경제학…國格을 높이다
광복 후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가난에 찌든 폐허의 땅이었다. 슬픔을 자아내는 헐벗고 굶주린 어느 아프리카 소년의 모습은 당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반세기 동안 일제의 억압에 시달린 나라에 희망이란 단어는 생소하고 사치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런 대한민국이 다시 반세기가 흐른 지금 지구촌의 중심에 우뚝 섰다. 국제사회로부터 지원 받던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로 유일하게 변신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해외에서 줄잡아 600억달러(70조원)의 원조를 받았다. 굴욕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국제사회 원조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마중물(펌프로 물을 퍼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 역할을 했다. 건국 63년 만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라는 금자탑을 세운 것도 원조로 경제 기반을 다졌기에 가능했다. 국제원조의 본질은 ‘공동의 번영’이다. 원조를 받은 자가 스스로 자립하고 부유해져 국제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에게 원조를 되돌려 주면 지구촌의 행복지수는 그만큼 커진다. ‘되물림의 선순환’이 원조의 경제학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원조는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국가의 자존심도 회복하는 키워드다.

원조는 국격(國格)을 높인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해외원조에 나서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자국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이 해외원조에 4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브라질 등 여타 신흥국들이 정책적으로 국제원조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도 향후 4년간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설령 이런 의도가 깔렸다 해도 국제원조는 분명 ‘윈-윈의 방정식’이다. 지난달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원조는 자선이 아닌 상호 이득이 되는 투자”라고 강조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개막연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즈니스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해외원조의 보너스다. 원조는 공여국의 국가브랜드와 상품신뢰도를 동시에 업그레이드시킨다. 새로운 시장개척에 안간힘을 쓰는 중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국을 적극 원조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원조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돈을 지원하기보다 도로 학교 병원 등을 건설(이를 개발원조라고 한다)해 주면서 국가의 자생력을 키우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벌경제 불안으로 해외원조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권에선 해외원조 축소 여론이 고개들 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해외원조는 국제사회의 안정성을 높일 뿐더러 국가성장과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4,5면에서 원조의 의미와 우리나라의 해외원조 사례 등을 자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원조의 경제학… 國格을 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