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개방은 글로벌시대 '키워드'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출발은 미약했다. 전국 7웅을 자처하던 제나라, 위나라가 기세를 떨칠 때 진나라는 패권싸움에서 뒤처진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그런 진나라가 어떻게 중국 천하를 통일했을까. ‘인재=영토’라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던 시대에 진나라는 국경을 활짝 열고 인재를 받아들였다. 진나라에는 소위 객경(客卿·국경을 넘어온 벼슬아치)이 넘쳐났다. 출발이 초라했던 진나라가 통일이란 대업을 이룬 원천은 바로 개방이다. 개방으로 인재를 받아들이고 외부의 문물을 흡수하고, 경쟁으로 시너지를 키운 것이다. 진시황(BC 259~210)은 하지만 개방으로 세운 통일제국을 쇄국으로 지키려 했다. 만리장성은 쇄국과 단절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외부와 단절의 벽을 세운 진나라의 통일제국은 50년을 못 넘기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개방은 경쟁이란 DNA를 강화시킨다. 삶을 풍요롭고 문화를 다양하게 하는 근원이다. 글로벌 시대의 개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개방의 패러다임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윈윈’이다. 서로 주고받으며 실리를 챙기는 게임이다.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촉매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불고 있는 한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 최경주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도 개방으로 경쟁의 DNA가 강해진 결과다.

물론 개방을 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피해를 볼 수 있다. 기득권 집단이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반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우려해 개방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개방은 기존 사회의 틀을 깨서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길로 이끄는 창조적 파괴 역할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슘페터(1883~1950)는 저서 ‘경제발전론’에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파괴적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파괴적 혁신은 일반적으로 외부의 앞선 문물이 유입될 때 일어나지만 증기기관, 할인점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업종이 등장할 때도 나타난다.

증기기관이 발명됐을 때 영국의 마차산업은 오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퇴행의 길로 접어들었고 우리나라는 할인점이 등장한 뒤 영세상인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증기기관과 할인점은 경쟁력이 없는 일자리를 없앤 대신 새롭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인류 진화는 바로 개방의 역사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4,5면에서 개방의 경제·사회적 의미와 한·미 FTA의 효과, 과제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