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변하지 않는 공식…인재가 국력이다.
삼국지는 전략과 지략으로 영토를 넓혀가는 위·촉·오나라 3국의 이야기다.

100년간 지속된 영토싸움은 흥미진진 그 자체다.

재미난 것은 영토 확장은 항상 인재의 등장과 비례했다는 것이다.

위나라 조조는 때론 간웅으로 비쳐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100년간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소를 버리고 자신을 찾아온 순욱을 조조가 맨발로 달려나가 맞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형·영토에서 게임이 안되는 촉나라가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도 제갈공명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조선시대 정치·문화·기술의 르네상스를 구가한 세종도 남다른 인재관을 갖고 있다.

관노(官奴)출신인 장영실의 기용은 통념을 뛰어넘는 세종의 인재관을 잘 보여준다.

몸집 작은 문신 김종서를 6진(鎭) 개척의 책임자로 맡긴 것은 사람의 내면을 간파하는 세종의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는 유럽 르네상스를 가능케 한 예술의 인재며, 스티브 잡스는 정보기술(IT)의 세상을 무한대로 넓혀준 기술의 인재다.

영토확장, 기술전파, 문화확산 등 역할은 다르지만 그 공통분모엔 인재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은 진짜 자원은 자연자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소위 ‘인적자원론’ 갈파로 유명하다.

인간만이 궁극적 자원이라는 것이 골자다.

그는 식량도, 자연자원도 인간이 투입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류의 기근은 필연’이라는 토머스 맬서스(1776~1834)의 재앙적 예언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그가 천연자원을 컨트롤하는 인적자원의 힘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산유국 중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없는 것도 인적자원이 갖는 의미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한국은 천연자원은 빈약하지만 인적자원은 어느 나라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

폴 크루그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이 저임금 노동력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경제사에서 인적자원의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한국 교육을 본받으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반복된 발언엔 인재 양성의 원천인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부러움과 경계의 시각이 섞여 있다.

오바마가 한국 경제 성장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셈이다.

4,5면에선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지난 1~3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가한 세계 저명 인사들의 인재관을 살펴보고, 이들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