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상상력의 원천' 인문학의 재발견
인문학이 돌연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덕이다.

“소크라테스와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전 세계 사람들은 먼지 쌓인 인문학 서가로 눈을 돌렸다.

잡스는 지난해 6월 아이폰4를 발표하면서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아이패드2를 공개할 때도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사람이 합쳐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수시로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

인간을 알아야 더 훌륭한 기술이 가능하다는 잡스의 생각은 제품에 고스란히 담겨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잡스뿐이 아니다. 미국 페이스북 본사 사무실 복도에는 ‘우리는 기술 회사인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기술을 완성한다고 본 것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탐독하는 등 인문학 분야에 조예가 깊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이 그의 성공 비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잡스와 함께 정보기술(IT) 세상을 창조한 빌 게이츠 역시 “나를 만든 건 어릴 적 동네의 공공도서관에서 읽은 고전들”이라고 말했다.

검색의 대명사 구글도 올해 인문학 전공 학생들로 신입사원 전체의 6분의 5를 채웠다. 다양한 인문학을 토대로 한 IT 분야의 통합적 연구….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IT산업의 선두주자들이 전하는 혁신의 비결이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인문학이 재조명받는 것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샘물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새로운 생각의 촉매제로 작용해 사회발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인텔연구소 제네비브 벨 박사)는 말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IT 기업들의 인문학 접목 시도가 늘어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벨 박사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문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흔히 문(文)·사(史)·철(哲)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인문학(humanities)이라는 용어 자체는 본래 라틴어의 ‘인간다움’(humanitas)에서 나온 말이다.

니체는 인문학을 ‘인간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 해주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주변 세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고양하기 위한 실천적 가이드인 셈이다. 삶을 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인문학의 향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4·5면에서 인문학이 어떻게 경영과 결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반드시 읽어야 할 인문학 서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