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탐욕의 월街··· 분노에 포위되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세계경제의 심장이자 거대한 금융자본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빠르고 강하고, 글로벌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국제금융시장에 피(돈)를 공급하는 혈액순환(글로벌 자금흐름)의 원천이지만 때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간밤에 월가에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부터 체크한다. 간밤의 월가 뉴스는 바로 다음날의 투자 가이드다.

월가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어엿이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 심지어 경제학을 강의하는 교수도 월가를 규탄한다.

“자본주의는 악이다(Capitalism is Evil)”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 등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선동적 구호도 거침없이 터져나온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 런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는 소외감, 빈부격차의 좌절감, 소득이 줄어드는 무력감이 이들을 월가로 내몬다.

자본주의가 그들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월가는 금융의 메카보다 탐욕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옵션, 선물, 공매도, 헤지, 서브프라임, 스캘퍼….

공장은 돌리지 않으면서 온갖 금융기법을 동원해 엄청난 돈을 챙기고, 예측이 빗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순박한 투자자나 월급쟁이들이 고스란히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한다.

칼뱅주의가 강조한 자본주의 근간인 땀과 노력보다 탐욕이 월가를 지배한다고 믿는다. 이들이 월가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

시위자들의 이런 생각과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바탕에는 자본주의의 모순보다는 경제성장의 정체라는 냉혹한 현실이 깔려 있다.

벤저민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경제성장의 미래’에서 성장은 사회를 선(善)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개방·관용이 확대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도 촉진된다는 것이다. 공자가 강조한 예(禮)와 인(仁)도 곳간이 넘쳐난 뒤의 얘기다.

일각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론까지 나오는 것은 미국의 청년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경제성장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

역사를 통해 검증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성장이 뒷받침돼야 자본주의 실효성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

월가에서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면 성장이란 엔진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돌려야 한다.

4, 5면에서 월가의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를 살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경제성장이 갖는 의미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