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굿바이! 잡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6일 타계했다. 향년 56세. 그의 죽음에 전 세계가 애도에휩싸였다.

21세기 그는 신적 존재로 평가받았다. 정보기술(IT)을 비포(before) 잡스, 애프터(after) 잡스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종교 외에 전세계를 하나로 묶은 IT기술은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그의 스토리는 1984년 1월17일 미국 슈퍼볼 경기도중 이상한 광고에서 징후를 보였다.

내용은 이렇다.

칙칙한 건물 내부.

똑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대형 스크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스크린에는 ‘빅브라더’가 뭔가를 끊임없이 떠들고 있다.

그때 한 여자가 나타나 TV 스크린을 향해 달려가 도끼를 내던진다.

빅브라더가 연설하던 스크린은 파편들을 뿌리며 폭파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당시 컴퓨터 시장을 주름잡던 IBM.

잡스는 조지오웰의 소설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를 IBM에 비유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걸어가는 사람들’은 빅브라더의 세뇌공작에 아무 생각없이 IBM PC를 쓰는 소비자들.

그리고 여자는 애플을, 도끼는 IBM제국을 무너뜨릴 매킨토시를 상징한다.

이 광고는 스티브 잡스가 평생걸어간 도전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IBM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 다시 노키아와 삼성으로 향하는 진군의 스토리였다.

1970년대는 IBM의 시대였다.

그러던 어느날 IBM제국에 서부의 두 젊은이가 도전장을 던졌다.

“개인용 PC시대가 왔다”며 애플이1977년 애플Ⅱ를 출시한 것.

스티브 잡스는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해군이 되지 말고 해적이 되라”고 주문했다.

“거인(IBM)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일반적 방식으로는 안된다.

새롭고 창조적인 제품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의 말대로 매킨토시는 기존 컴퓨터와 완전히 달랐다.

텍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그래픽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매킨토시는 5만대 이상 팔리며 성공신화를 써갔다.

하지만1985년 매킨토시 판매부진으로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절치부심하던 잡스는 2001년 ‘아이팟’으로화려하게 부활했다.

곧 이어 아이튠스를 열어 음악 유통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아이팟은 워크맨, MP3플레이어 등 다른 휴대용 음악기기를 모두 사지로 내몰며 시장을독식했다.

이 시장의 강자였던 소니, 삼성전자, 아이리버 등은 아이팟 돌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팟 하나로 글로벌 IT업계의 일각을 베어문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으며 휴대폰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로는 생소한제품이었던 스마트폰을 내세웠기 때문에 휴대폰 절대강자 노키아나 삼성전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잡스가 휴대폰시장의 패러다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놓으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삼성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잘 팔릴수록반도체 등의 부품을 팔아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어느 순간 휴대폰 사업부 자체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서둘러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삼성은 구글과의 전면적 협력,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 특유의 스피드 등을 앞세워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하는것으로 전세를 반전시켰다.

스티브 잡스의 일생과 잡스 없는 IT시장 전망을 4,5면에서 알아본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