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잡스' 뒤이을 마술사는 누구일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게 됐다.

잡스는 아이팟을 내놓은 2001년부터 아이패드2를 내놓은 2011년까지 10년 동안 IT 세상을 바꿔 놓았다.

잡스의 ‘아이(i) 마술’이다. 마술이 끝난 지금 세계 IT 업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잡스의 마술은 대단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경쟁사들은 혼비백산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기 1년 전부터 어떤 제품일지 예단하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애플빠’니 ‘잡신’이니 하는 말도 등장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잡스의 마술에 홀린 듯했다.

그러나 마술은 미완성으로 끝났고 이제는 다른 마술사가 등장해야 한다.

잡스는 1970년대 중반 ‘PC 시대’를 열었고 ‘포스트 PC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에 세상을 떠났다.

애플이 지난해 내놓은 아이패드가 포스트 PC 시대를 여는 제품 중 하나다.

‘포스트 PC’란 용어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컴퓨팅 기기가 달라지고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잡스가 떠난 지금 포스트 PC 시대 패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포스트 PC 시대 패권 경쟁

트 PC 패권은 소비자들이 열광할 만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잡스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애플TV 등을 ‘아이클라우드’라는 서비스로 연결하고, 아이튠즈-앱스토어-아이북스를 묶은 장터에 소셜 서비스를 양념으로 넣으려고 했다.

이 가운데 애플TV, 아이클라우드, 아이북스, 소셜 등이 미완성이어서 애플이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애플이 주도권을 장악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운영체제(OS)를 무기로 애플을 공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노키아 삼성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모바일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애플이 구축한 독자 에코시스템이 경쟁사들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하지만 태블릿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패드가 독주하고 있다. 삼성이 갤럭시탭을 내놓았고 모토로라는 줌을, 캐나다 림(RIM)은 플레이보이를 내놓았지만 ‘아이패드 킬러’라고 할 만한 제품은 아직 없다.

아이패드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9월에는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라는 태블릿을 싼 가격(199달러)에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자책 읽기에 적합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이폰 진영에는 애플이 혼자 버티고 있다. 애플은 2007년 6월 아이폰 첫 제품을 내놓은 이래 해마다 새 아이폰을 내놓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안드로이드폰용 OS를 개발해 공급하는 구글을 비롯해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 모토로라 HTC 등 여러 장수가 칼을 갈고 있다.

삼성은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와 갤럭시SⅡ를 잇따라 내놓아 애플을 자극했다.

거센 도전 받는 아이폰 아성

그동안 삼성이 디스플레이와 핵심 칩을 만들어 애플에 공급하는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갈수록 적으로 바뀌고 있다.

애플은 삼성을 견제할 속셈으로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제소했다.

삼성도 애플이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제소해 특허 싸움이 치열해졌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을 클라우드(사업자 서버)로 연결해 소비자들이 어떤 기기에서든 자기 콘텐츠를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게 잡스의 구상이었다.

이 분야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상당한 내공을 다진 상태다.

더구나 서비스가 막 확산되는 단계여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PC-스마트폰-태블릿에 이어 TV까지 연결하는 단계에서는 TV 강자인 삼성이 있다. 삼성은 TV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미 ‘스마트TV’란 이름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리눅스 재단, 인텔과 함께 어떤 기기에도 탑재하고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티즌(Tizen)’이라는 크로스 플랫폼, 오픈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티즌은 PC, 스마트폰, 태블릿은 물론 스마트TV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기기에도 탑재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이다.

또 공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개발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오픈 플랫폼’이다. 내년 1분기에 첫 버전을 내놓고 이를 탑재한 제품을 내년 중반쯤 내놓을 예정이다.

잡스가 이루지 못했고 포스트 잡스 시대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게 또 있다.

소셜 서비스다. 잡스는 아이튠즈-앱스토어-아이북스 등으로 구축한 서비스 플랫폼에 사람들이 머물게 하려면 소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이튠즈에 핑(Ping)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셜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소셜 서비스는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잡스 없는 애플 시련의 계절?

잡스가 떠났다고 해서 애플이 하루 아침에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다.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강력히 추천했던 팀 쿡이 이끌고 있고 창의적 디자인에 관한 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조나단 아이브 부사장(SVP)이 버티고 있다.

잡스가 10년 마술로 세상을 홀릴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이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다.

포스트 잡스 시대에는 누가 패권을 잡을까. 잡스는 병가 중인 지난 2월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날 생애 마지막 연설을 했다. 연설 말미에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해야 한다.포스트 PC 제품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세상에 남긴 유언이나 다름없다. 어떤 기업이 패권을 거머쥐느냐의 문제도 잡스의 직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