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구촌  떠도는  ‘리먼의 망령’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호황은 영원히 지속되는 듯했다.

소위 플라자 합의(1985년)로 일본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미국은 1980년대의 시련을 딛고 승승장구했다.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른 정보기술(IT)이 선봉에서 경기 호황을 이끌었다.

경제의 거울인 증시도 열기를 뿜었다.

사람들은 연일 치솟는 주가에 흥분했고, 무작정 증시에 뛰어들었다.

증시가 절정을 향하던 1996년.

버블을 우려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국 증시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라고 경종을 울렸다.

증시 열기에 취해 설마하던 투자자들은 2001년 IT 거품이 꺼지면서 그린스펀 경종의 의미를 뼛속 깊이 느껴야 했다.

일본 증시의 버블 붕괴가 10년쯤 주기로 미국에서 재연된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위기는 반복되는 게 역사의 진리다.

다만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것뿐이다.

IT 거품 붕괴로 홍역을 치른 미국 경제가 기력을 회복하자 다시 탐욕이 살아났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마구잡이식으로 늘렸고, 무리한 차입으로 위험 자산에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탐욕의 버블이 터졌다.

2008년 9월15일 미국의 간판급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세계 경제는 월가(뉴욕의 금융중심지)의 탐욕이 빚은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고,부동산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시장의 찬바람은 3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거세다.

안타깝게도 위기의 주기가 짧아졌다.

리먼 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위기의 진앙지는 그리스 등 유럽이고, 위기의 촉매는 복지의 탐욕이 야기한 재정적자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 스스로 외국에 진 빚을 못 갚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턱에서 서성거리는 형국이다.

세계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기 시대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사재기에 혈안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 달러를 빼내가면서 원화 가치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라지는 듯했던 리먼의 망령이 다시 지구촌을 덮고 있는 것이다.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국채 금리 급락)하는 것도 리먼 사태 직후와 닮은 꼴이다.

4,5면에서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경제위기의 역사도 자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