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정치가들을 빗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 오늘 정말 놀라운 장면을 하나 목격했어. 글쎄 정치가가 양손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는 거야.” 정치인들이란 늘 남의 바지 주머니,그러니까 공공의 재산을 슬쩍한다는 걸 조롱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국민의 대표여야 할 정치인들은 종종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보다는 자기 바지 주머니를 채우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왜 정치인은 국민 이익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걸까?
#정치도 일종의 경제적 행위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왜 정부는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는가?”
“왜 대통령 선거때마다 나오는 공약과는 달리 정부 부처는 축소되지 않고 계속 비대해져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뷰캐넌은 공공선택학파(the Public Choice School of Economics)의 창시자로 불린다.
뷰캐넌에게 정치란 이해불가능하고 비경제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종의 경제적 행위이며 비즈니스의 하나이다.
기업인들이 이기적이라면,정부의 관료들 역시 ‘정치적 사업가(political entrepreneur)’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다만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이다.
기업인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정치적 사업가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권력과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선거철 정치가들은 정부의 예산 낭비,무분별한 공약 남발,권력 남용 등을 앞다퉈 비난한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온갖 민생정책에 찬성표를 던진다.
정치가들은 왜 이처럼 위선적(?)으로 행동할까.
뷰캐넌은 그 이유가 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적인 요인에 있다는 걸 밝혀냈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유권자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한다.
유권자들은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을 싫어한다.
정부의 각종 민생정책들은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세금은 고통을 줄 뿐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원할 것인가.바로 정부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줄여주는 것이다.
이게 바로 경기가 좋을 때도 나라살림은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후세에 빚 안겨주는 정치인
공공선택학파는 재정적자가 나라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데도 유권자들이 둔감한 것은 나라빚에 따른 고통이 간접적이고 분산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균형예산이나 흑자예산에 따른 고통은 직접적이다.
흑자예산을 달성하려면 세금을 더 내거나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데 이는 곧바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이에 비해 적자예산은 후대에 빚을 넘기면 된다.뷰캐넌은 “정부가 예산을 적자로 운영하는 것은 미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치가들은 자신을 뽑아준,또는 뽑아줄 유권자들에게 당장 빵을 줌으로써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다음 세대의 손에 빚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다.
일부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뷰캐넌의 이론을 확장해 정치인들이 재선 기회를 높이기 위해 아예 거시경제지표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기간동안 정치인들은 돈을 왕창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애쓴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정책은 선거 후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의 실시로 경기후퇴를 초래한다.
경기후퇴로 실업률은 다시 올라갈 것이고 이는 다음 선거철이 돼서나 정치인들의 관심사가 된다.
폴란드 태생의 경제학자 마이클 칼레츠키가 1943년에 주장한 이 이론은 1970년 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 들어 널리 알려졌다.
당시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이라는 순수한 정책수단보다는 선거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과 배치되는 정치적 이기심
정부가 규제나 보조금,관세,각종 인·허가를 통해 정부 지출을 늘려나가면 국민들이 이들 정보를 알기 위해 드는 정보탐색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지출과 정책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런 투자는 비합리적이다.
정보비용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복지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한 유권자가 한달내내 이 프로그램의 뒷조사를 하러 다닌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선 각자가 내야 할 세금은 그리 많지 않다.프로그램 뒷조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사정이 이러니 합리적 국민이라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더 낫다.
이를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고 부른다.이는 결국 정치인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알권리에서 자꾸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봉급,수당,권력,위신,퇴직연금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보이지 않은 손은 정치의 세계에선 그 기능을 상실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가 지적한 것처럼 투표로 사회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방안을 선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시장에서 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다.
보통은 유권자가 뽑은 후보가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입안해 시행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참고자료 ; 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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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가 국가들이 못사는 이유는...
>> 성장 막는 '도둑 정치'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 △도로 공장 기계 등 인공자원 △인적자원(노동과 교육) △기술자원(기술적 노하우) 등을 든다.
그렇다면 카메룬이나 앙골라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왜 한국이나 대만 중국처럼 공장을 세우고 기술을 들여오고 해외 파트너를 찾지 못해 나라가 가난한 걸까.
극히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통한 선진국의 수탈이 이들 아프리카 나라가 가난한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무역이 수탈의 수단이라면 한국이나 대만 인도 같은 나라들이 자유무역으로 부유해진 현상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매린랜드대 교수를 역임한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도둑 정부론’이라는 흥미로운 설명을 던진다.
올슨은 사례 분석을 통해 정치 지도자들의 도둑정치가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에서 많은 정치가들은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그래서 국가 지도자에서부터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뜯어먹을까 하고 궁리한다.
세금은 무겁고 뇌물이 판친다.부정부패는 정부에서 시작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도둑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사실은 정부 자체가 도둑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전화요금을 내지 않아도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교육을 받는다고 직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교육을 받지 않으려 하고,사업을 해도 공무원들만 수지를 맞으므로 기업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없다.
올슨은 이처럼 기능장애에 빠진 정치권과 제도가 개발도상국가의 빈곤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나 오늘 정말 놀라운 장면을 하나 목격했어. 글쎄 정치가가 양손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는 거야.” 정치인들이란 늘 남의 바지 주머니,그러니까 공공의 재산을 슬쩍한다는 걸 조롱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국민의 대표여야 할 정치인들은 종종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보다는 자기 바지 주머니를 채우기에 바쁜 게 현실이다.왜 정치인은 국민 이익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걸까?
#정치도 일종의 경제적 행위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왜 정부는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리는가?”
“왜 대통령 선거때마다 나오는 공약과는 달리 정부 부처는 축소되지 않고 계속 비대해져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뷰캐넌은 공공선택학파(the Public Choice School of Economics)의 창시자로 불린다.
뷰캐넌에게 정치란 이해불가능하고 비경제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종의 경제적 행위이며 비즈니스의 하나이다.
기업인들이 이기적이라면,정부의 관료들 역시 ‘정치적 사업가(political entrepreneur)’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다만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이다.
기업인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정치적 사업가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권력과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선거철 정치가들은 정부의 예산 낭비,무분별한 공약 남발,권력 남용 등을 앞다퉈 비난한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온갖 민생정책에 찬성표를 던진다.
정치가들은 왜 이처럼 위선적(?)으로 행동할까.
뷰캐넌은 그 이유가 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적인 요인에 있다는 걸 밝혀냈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유권자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한다.
유권자들은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을 싫어한다.
정부의 각종 민생정책들은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세금은 고통을 줄 뿐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뽑은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원할 것인가.바로 정부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줄여주는 것이다.
이게 바로 경기가 좋을 때도 나라살림은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후세에 빚 안겨주는 정치인
공공선택학파는 재정적자가 나라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데도 유권자들이 둔감한 것은 나라빚에 따른 고통이 간접적이고 분산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균형예산이나 흑자예산에 따른 고통은 직접적이다.
흑자예산을 달성하려면 세금을 더 내거나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데 이는 곧바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이에 비해 적자예산은 후대에 빚을 넘기면 된다.뷰캐넌은 “정부가 예산을 적자로 운영하는 것은 미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치가들은 자신을 뽑아준,또는 뽑아줄 유권자들에게 당장 빵을 줌으로써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다음 세대의 손에 빚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다.
일부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뷰캐넌의 이론을 확장해 정치인들이 재선 기회를 높이기 위해 아예 거시경제지표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기간동안 정치인들은 돈을 왕창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애쓴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정책은 선거 후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의 실시로 경기후퇴를 초래한다.
경기후퇴로 실업률은 다시 올라갈 것이고 이는 다음 선거철이 돼서나 정치인들의 관심사가 된다.
폴란드 태생의 경제학자 마이클 칼레츠키가 1943년에 주장한 이 이론은 1970년 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 들어 널리 알려졌다.
당시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이라는 순수한 정책수단보다는 선거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익과 배치되는 정치적 이기심
정부가 규제나 보조금,관세,각종 인·허가를 통해 정부 지출을 늘려나가면 국민들이 이들 정보를 알기 위해 드는 정보탐색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지출과 정책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런 투자는 비합리적이다.
정보비용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복지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한 유권자가 한달내내 이 프로그램의 뒷조사를 하러 다닌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선 각자가 내야 할 세금은 그리 많지 않다.프로그램 뒷조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사정이 이러니 합리적 국민이라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더 낫다.
이를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고 부른다.이는 결국 정치인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알권리에서 자꾸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봉급,수당,권력,위신,퇴직연금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보이지 않은 손은 정치의 세계에선 그 기능을 상실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가 지적한 것처럼 투표로 사회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방안을 선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시장에서 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다.
보통은 유권자가 뽑은 후보가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입안해 시행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참고자료 ; 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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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가 국가들이 못사는 이유는...
>> 성장 막는 '도둑 정치'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 △도로 공장 기계 등 인공자원 △인적자원(노동과 교육) △기술자원(기술적 노하우) 등을 든다.
그렇다면 카메룬이나 앙골라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왜 한국이나 대만 중국처럼 공장을 세우고 기술을 들여오고 해외 파트너를 찾지 못해 나라가 가난한 걸까.
극히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통한 선진국의 수탈이 이들 아프리카 나라가 가난한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무역이 수탈의 수단이라면 한국이나 대만 인도 같은 나라들이 자유무역으로 부유해진 현상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매린랜드대 교수를 역임한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도둑 정부론’이라는 흥미로운 설명을 던진다.
올슨은 사례 분석을 통해 정치 지도자들의 도둑정치가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에서 많은 정치가들은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그래서 국가 지도자에서부터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뜯어먹을까 하고 궁리한다.
세금은 무겁고 뇌물이 판친다.부정부패는 정부에서 시작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도둑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사실은 정부 자체가 도둑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전화요금을 내지 않아도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교육을 받는다고 직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교육을 받지 않으려 하고,사업을 해도 공무원들만 수지를 맞으므로 기업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없다.
올슨은 이처럼 기능장애에 빠진 정치권과 제도가 개발도상국가의 빈곤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